
21일 증권가에 따르면 한미약품 주가는 이달 초 릴리와의 기술수출 발표 직후 장중 한때 57만원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현재는 41만원 선까지 하락해 기술수출 계약 발표 이전보다도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미약품은 이달 초 릴리에 장이 짧아져 영양 흡수를 못 하는 희소병인 단장 증후군 치료제를 12억6000만달러(약 1조9000억원)에 이전했다.
대규모 기술수출 성과에도 주가가 역주행하자 증권가에선 한미약품의 본업 경쟁력보다 지배구조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시장에 더 크게 반영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최근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약 30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장의 불안감이 커졌다. 신 회장이 보유한 한미약품 지분 약 10% 가운데 일부가 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하면서 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주주와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대목은 회사의 미래 성장 가능성보다 불안정한 경영 환경이다. 주주가치 제고에 앞장서야 할 대주주를 둘러싼 지분 변동 가능성이 오히려 기업가치 평가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약 개발은 전 세계적으로 성공 확률이 10% 미만인 고위험·장기 투자 분야다. 당장의 수익성보다 장기적인 연구개발 투자 의지와 경영진의 인내가 중요한 영역인 것이다. 하지만 단기 실적과 이익 창출을 중심으로 한 의사결정이 누적될 경우 연구개발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릴리와의 대규모 기술수출이라는 호재에도 지속 가능한 연구개발 체계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충분히 형성되지 못하면서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획기적인 기술수출을 달성하더라도 신약으로 상용화하기 위해선 후속 임상 개발이 뒤따라야 한다”며 “신약 개발에 대한 대주주의 인내와 의지, 연구진에 대한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신약 개발 분야의 전문성이 없는 대주주가 한미약품의 경영 전반에 영향력을 확대할 경우 회사가 추진 중인 연구개발 프로젝트의 지속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실제 경영권 변화나 연구개발 축소 여부가 확정된 것은 아닌 만큼, 이 같은 우려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반영한 관측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은 경영권 분쟁을 일단락하고 비만 치료제 출시 준비와 대규모 기술수출 등 연이어 성과를 내고 있지만, 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경영 환경이 안정될 조짐을 보일 때마다 지분 변동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은 기업가치와 주주 신뢰를 위해서라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