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필수의료 살리는 가교 되겠다”…병협이 제시한 역할론

“지역·필수의료 살리는 가교 되겠다”…병협이 제시한 역할론

필수의료 ‘국가 기반시설’ 규정
국고지원 확대·지역 현장 소통 강화 추진

기사승인 2026-06-23 16:05:10
유경하 대한병원협회 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찬종 기자
유경하 대한병원협회 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찬종 기자
대한병원협회가 지역·필수의료 위기 해소를 새 집행부의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상급종합병원과 지역병원, 중소병원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맡아 병원계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고 정부와 협력해 지속 가능한 의료체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유경하 대한병원협회장은 23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지역과 필수의료는 심각한 인력난과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며 “상생과 혁신, 지속 가능한 의료체계 구축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겠다”고 밝혔다.

유 회장은 병협이 상급종합병원과 지역병원, 중소병원, 전문병원 등 다양한 의료기관이 함께하는 조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경쟁 관계가 아니라 국민 건강이라는 공동 목표를 가진 동반자로서 각 의료기관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의료 생태계를 만드는 데 협회가 중심 역할을 하겠다는 설명이다.

특히 필수의료 지원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유 회장은 “분만과 소아, 응급, 중환자 진료는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영역”이라며 “현재 수가체계와 인력구조로는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필수의료는 국가 기반시설이라는 개념을 가져야 한다”며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병협은 필수의료 문제를 건강보험 수가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유인상 부회장은 최근 수가협상 과정에서 재정 규모가 축소된 점을 언급하며 “의료는 이제 국가 전략사업”이라며 “건강보험 재정만으로 유지·운영하라고 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또 “국가 차원의 별도 재정 지원이 필요하고 지역의료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투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필수의료의 개념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우경 정책위원장은 현재 정부가 진료과 중심으로 필수의료를 논의하는 방식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정 진료과를 필수의료로 분류하기보다 응급 제왕절개, 에크모 치료, 중증응급수술 등 실제 의료행위를 중심으로 필수의료를 정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사망 예방뿐 아니라 마비와 실명, 뇌손상, 장기부전 등 중증 장애를 막기 위한 진료 역시 필수의료 범주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협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과정에서 지역 병원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도 중요한 과제로 보고 있다.

유 회장은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 진료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지역 병원이 단순한 환자 전달 창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상급종합병원은 상급종합병원대로, 2차 병원은 2차 병원대로 기능에 맞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의료전달체계를 정비하고 이에 걸맞은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병협은 현장 의견을 바탕으로 각 의료기관의 역할과 기능에 맞는 정책안을 마련해 정부에 제안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유 회장은 “강한 협상단체가 되기 위해서는 병원계가 먼저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병협이 지역과 병원 현장의 목소리를 모아 정부와 함께 해법을 찾는 정책 파트너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병협은 지역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병원계 내부 공감대를 넓히는 데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이를 위해 새 집행부는 ‘상생협력위원회’를 신설했다. 기존처럼 회의실에 모여 현안을 논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병원을 직접 찾아 현장 의견을 듣는 방식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유 회장은 선거 과정에서 지역 의료기관을 방문하며 지역의료 위기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점을 체감했다고 설명했다.

유 회장은 “지역의료가 어렵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현장에서 본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며 ”병원계가 서로의 현실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의료 해법을 모색하겠다"고 전했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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