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앞둔 한국형 ‘주치의 제도’…의료계가 바라보는 필수 인프라는

도입 앞둔 한국형 ‘주치의 제도’…의료계가 바라보는 필수 인프라는

해외와 다른 전문의 중심 의료환경
의원 간 연계하는 수평적 의료전달체계 구축 강조

기사승인 2026-07-14 06: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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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의료전달체계 개편의 핵심 과제로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의료계는 이를 사실상 한국형 주치의제 도입으로 보고 해외 주치의제를 그대로 도입하기보다 국내 의료환경에 맞는 의료전달체계와 제도적 기반을 먼저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하반기부터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의원급 의료기관이 주민의 건강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주치의 역할을 수행하고 만성질환 관리와 예방 중심 의료를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복지부는 7월9일부터 8월5일까지 참여 의료기관을 모집한 뒤 평가를 거쳐 약 100개 의원을 선정하고, 9월부터 3년간 시범사업을 운영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과 연계해 경증환자는 지역에서, 중증환자는 상급병원에서 진료하는 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지역 의원이 주민의 첫 진료 창구이자 건강관리의 중심 역할을 맡으면 대형병원 쏠림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은 해외 주요국의 주치의제와 비슷한 방향을 담고 있다. 주민이 등록한 주치의에게 지속적으로 건강관리를 받고 필요하면 상급 의료기관으로 의뢰받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영국과 네덜란드 등은 이미 주치의가 의료 이용의 첫 관문 역할을 하는 의료전달체계가 정착돼 있다. 주민은 등록한 주치의를 먼저 찾고 전문 진료가 필요할 때만 병원으로 의뢰받는다. 주치의는 질환 치료뿐 아니라 예방과 만성질환 관리, 건강 상담 등을 맡는다.

의료계는 이러한 해외 모델을 국내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의료환경 자체가 다르다고 지적한다. 해외 주요국은 일반의가 일차의료를 담당하는 체계가 정착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의원급 의료기관 상당수가 전문의 중심으로 운영된다. 환자가 필요한 진료과를 직접 선택하는 의료 이용 방식도 이미 자리 잡고 있다.

박근태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우리나라는 전문의 제도가 활성화된 나라”라며 “영국처럼 주치의가 모든 진료를 조정하는 구조와는 의료환경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전문의 중심 의료체계가 발달해 있어 영국식 주치의제와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계가 우려하는 부분은 시범사업의 ‘유출률’ 개념이다. 정부는 등록 환자가 다른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비율 등을 성과평가에 반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의료계는 이러한 평가 방식이 의원 간 정상적인 진료 의뢰까지 제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 회장은 “일차의료의 게이트키핑은 환자가 불필요하게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내과에서 안과나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등 같은 지역에 있는 다른 1차 의료기관에 진료를 의뢰하는 것까지 유출로 보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의원급 의료기관 간 협력을 활성화하는 ‘수평적 의료전달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내과 환자에게 안과 진료가 필요하면 지역 안과로 의뢰하는 방식으로 의원 간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환자가 필요한 전문 진료를 지역에서 받을 수 있어야 상급병원으로 향하는 수요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회장은 “우리나라는 각 진료과 전문의들이 의원을 운영하고 있다”며 “일차의료기관 사이의 연계를 활성화해야 환자의 의료비를 줄이고 대학병원으로 향하는 진짜 유출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통합수가 방식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등록 환자에게 필요한 진료를 한 의료기관 안에서 해결하도록 유도하는 통합수가 모델이 사실상 총액계약제와 유사하게 작동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 회장은 “등록 환자의 진료를 한 의료기관 안에서 모두 해결하도록 하는 통합수가 방식은 사실상 총액계약제처럼 운영될 가능성이 있다”며 “전문과목별 의원들이 서로 환자를 의뢰하고 협력하는 구조를 활성화하는 것이 우리나라 의료환경에는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s.com
이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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