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결정한 연명의료…침습 치료·의료비 모두 감소

환자가 결정한 연명의료…침습 치료·의료비 모두 감소

기사승인 2026-07-14 11:37:10
오탁규 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왼쪽), 송인애 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오탁규 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왼쪽), 송인애 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연명의료 유보·중단을 환자가 직접 결정했는지, 가족이 대신 결정했는지에 따라 치료 강도와 의료비가 유의하게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환자가 직접 연명의료 계획을 세운 경우에는 침습적 연명의료 시행과 의료비가 모두 감소한 반면, 가족이 대신 결정한 경우에는 오히려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오탁규·송인애 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전국 중환자실에 입원한 성인 환자 118만9042명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4일 밝혔다.

연명의료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치료 효과 없이 생명 연장만을 목적으로 시행하는 의료행위를 말한다.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환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를 통해 연명의료 유보·중단 여부를 직접 결정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말기 또는 임종기 환자의 경우 의사결정 능력을 상실한 사례가 적지 않아 실제 현장에서는 가족이 환자의 의사를 추정해 대신 결정하는 경우도 많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연명의료 유보·중단 결정의 55.7%는 가족이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팀은 연명의료 관련 문서가 없는 환자군을 기준으로 환자가 직접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환자군과 가족이 대신 작성한 환자군을 비교 분석했다.

분석 결과 환자가 직접 연명의료를 결정한 경우 인공호흡기 삽관과 체외생명유지술 등 침습적 연명의료를 받을 가능성은 문서가 없는 환자군의 약 0.7배 수준으로 낮았다. 중환자실 입원 후 90일 이내 사망한 환자만 분석했을 때는 그 가능성이 약 0.43배까지 감소했다. 반면 가족이 대신 결정한 경우에는 침습적 연명의료 시행 가능성이 문서가 없는 환자군보다 약 2.35배 높게 나타났다.

의료비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환자가 직접 연명의료를 결정한 경우 일일 의료비는 문서가 없는 환자군보다 약 14% 낮았지만, 가족이 결정한 경우에는 약 4% 높았다. 연구팀은 가족이 환자의 의사를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심리적 부담과 불확실성 속에 의사결정을 내리는 현실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연명의료 유보·중단 여부 자체보다 ‘누가 결정했는지’가 실제 의료 이용 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전국 단위 빅데이터로 확인한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오탁규 교수는 “연명의료 유보·중단 결정은 되도록 환자 본인이 자신의 가치와 선호를 표현할 수 있는 시기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환자가 가족과 의료진과 상의한 뒤 자신의 뜻을 남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문화를 더욱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s.com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s.com
이찬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