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주 낙태’ 항소심, 산모는 무죄…의사는 감형·브로커 유죄 유지

‘36주 낙태’ 항소심, 산모는 무죄…의사는 감형·브로커 유죄 유지

기사승인 2026-07-23 15:21:47 업데이트 2026-07-23 15:45:29
서울고등법원 문패. 이찬종 기자
서울고등법원 문패. 이찬종 기자
임신 36주 태아를 제왕절개로 출산한 뒤 숨지게 한 이른바 ‘36주 낙태’ 사건 항소심에서 법원이 산모의 살인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반면 수술을 집도한 의료진에게는 살인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형량을 일부 낮췄고, 환자 알선을 맡은 브로커들에 대한 유죄 판단도 대부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23일 살인과 의료법 위반, 허위진단서 작성 등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A씨에게 징역 4년과 벌금 150만원을 선고하고 900만원의 추징을 명했다. 1심이 선고한 징역 6년보다 형량은 줄었다. 함께 기소된 의사 B씨는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아 1심 징역 4년보다 감형됐다. 두 사람 모두 아동 관련 기관에 대한 5년간 취업제한 명령을 받았다.

가장 큰 변화는 산모 C씨에 대한 판단이다. 1심은 C씨가 태아가 살아 태어난 뒤 의료진에 의해 살해될 가능성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고 보고 살인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C씨가 수술 전 브로커를 통해 “태아는 사산돼 나온다”는 취지의 설명을 전달받았고, 이를 의료진의 설명으로 믿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의료진에게 수술 방법을 별도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살아 태어난 태아가 이후 살해될 것까지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 C씨가 임신 사실을 수술 며칠 전에야 알게 된 점과 후기 임신중절 방식에 관한 의학적 지식을 갖추기 어려웠던 점도 고려했다. 수술 과정과 입원, 비용 등을 담은 영상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행위 역시 살해 방식까지 알고 있었다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정황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의료진에 대해서는 살인 책임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의사 A씨와 의사 B씨가 공모해 태아를 사망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범행 이후 진료기록과 진단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직원들에게 허위 진술을 지시하는 등 범행을 은폐하려 한 점을 불리한 정상으로 봤다. 다만 고령과 초범에 가까운 전력, 건강 상태, 범행 인정과 반성, 당시 임신중절 제도의 공백 등을 참작해 형량을 감경했다고 설명했다.

항소심은 범죄수익 추징 범위도 일부 변경했다. 1심은 브로커가 소개한 환자들에게 받은 수술비 약 11억5000만원 전액을 범죄수익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브로커에게 지급한 환자 알선 수수료는 범죄수익이지만, 환자가 지급한 일반 수술비는 의료행위의 대가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의사 A씨에 대한 추징금은 해당 사건 수술비 900만원으로 줄었다.

브로커들에 대한 판단은 대부분 유지됐다. 브로커 D씨는 환자를 알선해 장기간 불법 수익을 얻은 점이 인정됐지만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2억1995만원의 추징을 명령받았다. 또 다른 브로커 E씨는 단순히 급여를 받은 직원이라는 주장을 폈지만, 재판부는 범행 대가로 받은 급여 역시 범죄수익에 해당한다고 보고 항소를 기각했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s.com
이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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