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과계가 먼저 헌법소원을 제기한 데 이어 대한의사협회도 별도의 헌법소원을 준비하면서 이번 판단은 정부의 비급여 관리 권한을 가를 첫 기준이 될 전망이다.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은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가 ‘비급여·실손보험 개혁방안’을 발표하면서 본격화했다. 정부는 실손보험 청구가 집중되는 도수치료를 관리급여로 전환해 가격과 이용 기준을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비급여 과잉 이용을 줄이고 환자의 의료비 부담과 실손보험료 인상 요인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의료계는 당시부터 비급여 진료에 대한 과도한 국가 개입이라며 반발했다. 이달 도수치료 관리급여가 시행되자 논쟁은 정책 비판을 넘어 법적 대응으로 확대됐다.
관리급여를 둘러싼 첫 법적 다툼은 치과계에서 시작됐다. 신인식 변호사(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법제이사)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에 신설된 관리급여 조항이 법률유보 원칙 등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해당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하며 관리급여 제도의 위헌 여부를 판단할 본안 심리에 착수했다. 의료계는 관리급여 제도의 법적 근거를 처음으로 판단하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의협도 별도의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의협은 관리급여와 도수치료 제도를 대상으로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을 추진하기 위해 법무법인을 선임하고 법률 검토를 진행 중이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관리급여는 시행령으로 도입됐고 도수치료 관리급여가 7월부터 시행되면서 실제 피해를 입은 회원들이 발생했다”며 “헌법소원은 기본권 침해를 받은 당사자가 있어야 청구가 가능한 만큼 요건을 갖춘 뒤 헌법소원과 다른 법적 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는 정부가 새롭게 도입한 관리급여 제도가 있다. 관리급여는 의료적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과잉 이용이나 가격 편차가 큰 비급여를 건강보험 체계 안에서 관리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정부는 도수치료를 첫 관리급여 대상으로 지정해 수가와 본인부담률, 이용 횟수, 적용 기준 등을 마련했다. 실손보험을 통한 비급여 과잉 이용을 줄이고 의료 이용의 적정성을 높이겠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그러나 의료계는 문제의 원인과 해결 방식이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의료계는 도수치료 과잉 이용의 원인으로 실손보험 구조가 지목돼 왔다면 그 문제 역시 보험 제도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보험에서 발생한 문제를 국민건강보험 제도로 해결하려는 것은 정책 방향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태연 의협 보험 부회장은 “사보험의 문제를 건강보험 체계로 가져와 관리급여를 만드는 것이 큰 문제”라고 했다. 이어 “관리급여로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곳은 실손보험사”라며 “환자와 의료기관, 건강보험 재정에는 새로운 부담이 생기는데 실손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부담만 줄어드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의료계는 관리급여의 위헌성도 제기하고 있다. 시행령만으로 새로운 급여 유형을 만들고 비급여의 가격과 이용 기준까지 정한 것은 국민건강보험법이 위임한 범위를 넘어선다는 주장이다. 환자의 상태와 치료 경과를 고려해 의사가 판단해야 할 치료 횟수와 진료 기준을 행정 기준으로 일률화하면서 의료인 직업수행의 자유와 환자의 치료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도 같은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다. 도수치료 관리급여 전환 정책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청원은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됐다. 청원인은 획일적인 치료 횟수 제한과 단일 수가 적용이 환자의 치료 기회를 제한하고 재활치료 접근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의사 A씨는 “이번 헌법소송의 핵심은 도수치료 자체가 아니라 정부가 시행령만으로 비급여를 어디까지 관리할 수 있는지에 있다”며 “헌법재판소가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관리급여 제도는 물론 향후 비급여 관리 정책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