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와 ‘단일화’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당과 갈등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틀간 ‘긴급의총’을 개최해 초재기에 돌입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후보가 버티기에 돌입하면 보수진영은 ‘반(反)이재명 빈텐트’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후보는 6일 대구 유세일정을 멈추고 서울행을 선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민의힘 후보로서 대선 승리를 위한 비전을 알리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단일화에 대한 일관된 의지를 보였고 한결 같은 마음”이라며 “그러나 당은 대선후보 지원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럴 거면 경선을 왜 세 차례나 했냐. 지금부터 경선 후보로서 일정을 중단하겠다”며 “서울로 올라가서 남은 현안에 관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러나 김 후보는 2·3차 경선에서 ‘한덕수 대망론’이 나오자 적극 단일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최종후보 선발 직후 김 후보는 ‘단일화’에 대해 거리 두기를 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 등록 마지막 날인 오는 11일까지 두 후보의 단일화를 촉구하고 있다. 후보 등록 시기까지 단일화가 불발되면 보수진영은 김문수, 한덕수, 이준석 세 명의 후보로 출발해야 한다.
당은 이날 두 후보의 단일화를 해결하기 위해 ‘무기한 긴급의총’을 개최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의원총회에서 “오는 11일까지 한 후보와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김 후보가 단일화에 대해 약속을 했기 때문에 선택받았다. 당무우선권을 논하기 전 국민·당원에게 드린 약속이 우선”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단일화에 실패하거나 그 동력이 떨어져 대선에서 진다면 모두 역사의 죄인이 된다”며 “이번 대선에서 패배하면 당이 당장 공중분해 될 것이다. 공천권과 당권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반문했다.
윤희숙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장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말 바꾸는 정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하나로 충분하다”며 “단일화 마음이 없다면 김 후보는 자격을 내려놓고 길을 비켜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의 이 같은 행보로 ‘반이재명 빅텐트’가 아닌 ‘반이재명 빈텐트’가 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김 후보가 끝까지 단일화를 거부하면 ‘강성지지층’의 표심만으로 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김 후보가 ‘즉각 단일화’를 명분으로 당원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국민의힘 지도부도 김 후보가 다른 마음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어야 했다”며 “이대로 가면 강성지지층만 남은 ‘반이재명 빈텐트’가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 후보가 자신의 돈으로 선거를 치르기는 상당히 어렵다. 선거는 정말 많은 돈이 필요하다”며 “오는 11일까지 노선정리를 해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다. 김 후보가 ‘침대정치’를 시작하면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