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첩약급여화 시범사업 철회 못 하는 이유?

정부가 첩약급여화 시범사업 철회 못 하는 이유?

건정심서 8개월 이상 논의해 결정… 철회 시 국민건강보험법 위반

기사승인 2020-09-04 05:00:21 업데이트 2020-09-09 08:17:28
지난달 7일 서울 여의대로에서 전공의 등 젊은 의사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확대·공공의대 설립·첩약 급여화 사업 등을 반대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의료계가 집단휴진의 이유 중 하나로 첩약급여화 시범사업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그간 논의 경과를 무시하는 것이며 정부에게 법 위반을 요구하는 것이므로 시범사업을 철회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일 ‘첩약급여화의 진실’이라는 카드뉴스를 제작해 배포했다. 첩약에 대한 건강보험 시범사업 적용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 사안이지만, 건정심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건정심은 의료공급자 8명, 가입자 대표 8명, 정부 및 학계 등 공익 대표 8명으로 구성된다. 이중 대한의사협회에 배정된 인원은 2명이다. 정부가 가입자, 공급자, 중재자 수를 균등하게 맞춰 공정을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게 대전협의 주장이다. 정부에서 공익대표를 추천하는데 정부에게 유리한 인사만 추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과 관련해 지난해 구성된 ‘첩약 급여화 협의체’에 의사협회가 참여코자했지만 무시당했고. 건정심 본위원회에서도 안전성, 효과성, 효율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가 아닌 정치적 논리에 의해 시행되는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은 중단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요구다.

이에 대해 한의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김경호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은 “건정심은 건강보험정책과 관련한 최고심의 의결기구”라며 “그 결정은 복지부 장관도, 대통령도 함부로 하지 않는다. 사회적 합의 기구 역할을 맡은 지 20년이 넘었다. 각계각층에서 참여하고 있는데, 대한의사협회는 두 자리나 가지고 있다. 논의할 때는 참석하지도 않고 첩약 급여화가 결정되고 나서 철회하라고 주장하는 건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합의 기구이자 국민적 합의 기구인 건정심 결정을 철회하라고 하는 건 국민이 합의한 것을 철회하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자기 직역과도 관계없는 이야기다. 건강보험이 의사들만의 것이 아니다. 국민에게 도움 되고 의료혜택을 잘 받게 하기 위한 것. 남의 직역에 대해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말아라”고 주장했다.

이어 “남의 학문에 대해 뭘 아는지 궁금하다”며 “다른 학문을 존중해야 한다. 막무가내 초등학생처럼 떼쓴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전공의들이 파업한다고 하면 요구를 다 받아들여야 하나. 주권이 의사에게 있는 게 아니다. 또 복지부는 이 부분에 대해 협의의 대상이 아니라고 하는데 정치권에서 여러 얘기가 오가고 있다. 원점에서 재검토는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한의협도 이날 성명을 통해 “의사들이 첩약을 잘 모르는 비전문가임에도 첩약과 관련된 사안을 마치 본인들의 정책인 양 멋대로 좌지우지 하려는 안하무인, 오만방자한 행태를 보여줬다”며 “국가가 파업을 무마하기 위해 동의해 준다면 그간 불법 행위에 면죄부는 주는 것. 불법은 처벌의 대상이지 협의와 타협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며 “향후 정부와 국회에 대한 대국민 신뢰도 하락은 물론 보건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첩약 건강보험 급여화 시범사업에 대한 의사들의 의견을 수용한다면, 우리는 국민과 더불어 충분히 검토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의사들이 주장하는 재협의는 첩약 건강보험 급여화 시범사업 이후 본사업 진입 시 건정심에서 진행할 당연한 수순”이라며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원격의료 시행 등 3가지 사안에 대해서도 한의계를 포함한 타 보건의료직역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해당 3가지 사안이야말로 보건의료 전반에 걸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의계는 국민의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협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도 건정심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은 1년간 시범적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해보고 그 결과를 평가해서 정식 보험 적용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라며 “건정심에서 8개월 이상 논의해서 결정한 결정한 사업”이라고 밝혔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도 2일 정례브리핑에서 “첩약 급여화를 철회하라는 것은 그간의 논의 경과를 무시하고 정부에 국민건강보험법을 위반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은 월경통·안면신경마비·뇌혈관질환 후유관리 등 3개 질환을 대상으로 총 500억원 규모로 오는 10월 추진될 계획이다.

nswreal@kukinews.comㅊ
노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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