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창과의 전쟁, 집에서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 [병원이 집으로]

욕창과의 전쟁, 집에서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 [병원이 집으로]

김주형 대한재택의료학회 학술위원장(집으로의원 원장)

기사승인 2026-06-25 06:00:09 업데이트 2026-06-25 09:15:11
지난겨울, 한 어르신의 집을 찾았다. 뇌졸중으로 십 년 가까이 누워 지낸 분이었다.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익숙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욕창이 깊어질 때 나는, 살이 썩어가는 냄새다. 엉치뼈 부위의 상처는 이미 어른 주먹이 들어갈 만큼 파여 있었다. 곁을 지키던 따님은 “병원에 모시고 갈 엄두가 안 났다”며 고개를 떨궜다.

욕창은 흔히 ‘오래 누워 생기는 상처’ 정도로 가볍게 여겨진다. 그러나 거동이 어려운 분들에게 욕창은 결코 작은 상처가 아니다. 같은 자세로 오래 눌린 살갗은 피가 통하지 않아 서서히 죽어간다. 처음엔 빨갛게 변할 뿐이지만, 방치하면 피부를 지나 근육과 뼈까지 파고든다. 그 깊은 상처로 세균이 들어가 패혈증으로 번지면 끝내 목숨까지 앗아간다. 실제로 욕창은 장기간 누워 지내는 환자들의 주요 사망 원인 가운데 하나다.

문제는 이 병을 가장 많이 앓는 분들이 정작 병원에 가기 가장 어려운 분들이라는 점이다. 혼자서는 몸을 일으키지도 못하는 어르신을 휠체어에 옮기고, 사설 구급차를 부르고, 보호자가 하루 일을 접고 따라나서야 비로소 병원 문 앞에 설 수 있다. 그 길이 너무 멀고 고단해서 많은 가족이 상처를 보고도 그저 버틴다. 버티는 사이 상처는 더 깊어진다. 악순환이다.

그런데 이 싸움, 집에서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환자가 병원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의사가 환자에게 가면 된다.

방문진료 현장에서 나는 그 가능성을 매주 확인한다. 의사와 간호사가 집으로 찾아가 상처를 직접 들여다보고, 죽은 조직을 제거하고, 알맞은 드레싱을 해 준다. 가족에게는 두 시간마다 자세를 바꿔 주는 법, 영양을 보충하는 법, 피부를 살피는 법을 손에 쥐여 주듯 가르친다. 그렇게 몇 주를 함께 싸우면 주먹이 들어가던 상처도 야물게 아물어 간다. 그 어르신 역시 봄이 올 무렵 새 살이 차오른 자리를 보며 따님과 함께 웃었다.

욕창과의 전쟁에서 진짜 무기는 값비싼 장비가 아니다. 환자 곁으로 다가가는 한 걸음, 그 곁을 꾸준히 지키는 손길이다. 누워 지낸다는 이유로 치료 기회조차 닿지 못하는 분들이 우리 곁에는 여전히 많다. 그분들에게 의료가 먼저 찾아가는 일, 그것이 방문진료다.

집은 가장 익숙하고 편안한 곳이다. 그 집에서, 자신이 살아온 자리에서 끝까지 사람답게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한다. 욕창은 충분히 막을 수 있고, 또 나을 수 있는 병이다. 다만 누군가 먼저 그 문을 두드려야 한다. 그 문을 두드리는 일을 우리는 멈추지 않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