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 개입 그만’...국내서도 ‘집단면역’ 논의 솔솔

‘적극 개입 그만’...국내서도 ‘집단면역’ 논의 솔솔

스웨덴식 집단면역 화두...고령사망 용인하는 '무모한 도전' 비판도

기사승인 2020-10-08 04:08:02 업데이트 2020-10-14 10:01:59
▲ 코로나19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국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집단면역'을 비롯한 완화된 방역체계 전환에 대한 논의가 흘러나오고 있다. 

7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총 2만 4353명으로 최근 2주간 감염경로 불분명 확진자 비율은 18.3%로 나타났다. 

전체 치명률은 1.75%로 특히 60대에서 1.18%, 70대에서 7.18%로 늘어다가 80대 이상에서는 21.32%로 급격히 올라간다. 50대는 0.42%, 40대는 0.12%, 30대는 0.07%, 20대 이하는 0.00%로 낮은 연령일수록 치명률은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이처럼 고령층의 치명률은 높지만 50대 이하에서는 1%미만으로 유지되자 일각에서는 적극 개입방식의 일명 'K-방역' 전략을 재검토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선제검사로 확진자를 적극 찾아내 격리하는 현행 방역전략의 지속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화두를 던진 장본인은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인 오명돈 서울대의대 교수다. 그는 최근 시사인과 인터뷰에서 “방역을 모든 인구에 일괄로 적용하지 말고 취약한 그룹에 탄탄히 방역하면 어떤가. 백신이 언제 나올지 모른다면 이게 더 실현 가능하다”고 언급하며 사실상 집단면역 방식의 방역완화를 시사했다. 

집단면역은 집단 내 구성원들이 특정 바이러스에 서서히 감염돼 사회 전체의 면역력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인구의 약 60%가량이 면역력을 가질 때 집단면역에 도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스웨덴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초기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지 않고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집단면역 전략을 추진했다가 다수의 고령층 사망자를 내면서 비판세례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확진자수가 감소 추세를 보이면서 재조명되기도 했다.

마상혁 경상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은 “코로나19 백신이 언제 나올지 알 수 없고, 개발되더라도 우리 국민들이 맞을 수 있을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코로나19와 함께 가야 하는데 지금의 강한 방역체계로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집단면역 등 방역 완화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코로나19를 경험한 결과 50대 이상 고위험군에서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지하철, 커피숍, 술집, 식당 등 젊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집단에서 환자 발생은 적었고 대개 고령자 집단에 집중됐다”며 “계절인플루엔자의 경우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고 사망하지만 전 국민을 대상으로 관리하지 않듯 코로나19도 방역제한을 대폭 풀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스웨덴식의 ‘집단면역’ 체계가 국내 의료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도 높았다. 의료자원도 부족하고, 수만 명의 사망자를 감수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다.

김신우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집단면역을 이야기하는 이들은 건강한 일반인과 고위험군을 만나지 못하게 하면 가능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노인과 기저질환자, 그리고 일반인을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치명률 통계에도 착시가 있다. 의료진들이 열심히 치료한 결과로 2%대를 유지하는 것이지 그렇지 않으면 3~4%까지 올라간다“며 ”또한 완치 후 후유증까지 따져보면 집단면역으로 코로나를 극복하자는 것은 무모한 도전이다“라고 꼬집었다. 관련해 김 교수가 국내 완치자 576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확진자 965명 중 879명(91.1%)는 피로감, 집중력 저하, 후각·미각 손실 등 1개 이상의 후유증이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집단면역 방식은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정 교수는 “집단면역을 채택한 스웨덴의 사망자 비율을 우리나라 5000만 인구에 대입하면 약 3만 명 정도의 사망자가 나온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3만 명의 사망을 감수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인구 1010만 명 규모의 스웨덴에서는 이날 기준 총 5895명의 사망자를 냈다.  

정 교수는 “현재 집단면역을 거론하는 미국도 코로나19 방역에는 실패한 대표적 국가”라며 “나이 들고 약한 사람도 생명을 유지할 권리가 있다. 문명사회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방식이다”라고 비판했다. 

선제검사와 격리조치로 대표되는 ‘K-방역’도, 스웨덴식 ‘집단면역’도 아닌 새로운 형태의 ‘일상생활 방역’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병율 차의과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가 모든 사람을 조사하고 격리하는 지금의 체제를 지속하는 것은 반대다. 감염병의 정체를 모를 때에는 꼼꼼한 역학조사와 철저한 관리가 필요했다. 그러나 이제는 정부와 의료기관, 국민 모두 코로나19의 특성을 알고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있다. 강력한 방역체계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게 일상생활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넘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실내보다는 실외활동, 아프면 집에 머무르기, 손 씻기 등 5가지 지침을 준수하도록 하되 방역당국은 이동이나 모임 제한을 풀고, 역학조사 기준도 유증상자와 밀접접촉자 위주로 낮추자는 것이다. 

전 교수는 “아예 마스크를 벗어버리는 방식은 안 된다. 스웨덴도 고위험군 사망이 급증해 골머리를 앓았다”며 “5대 개인위생원칙을 개개인의 책임 하에 관리하도록 서서히 전환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도록 하고 경제활동도 재개해야 한다.  확진자가 발생하더라도 고위험집단이 아니라면 전체 폐쇄하지 않고 증상이 있는 사람만 떼어 관리하는 방식”이라며 “우리 국민의 의식수준이 높기 때문에 그 정도는 통제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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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