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대금·의료기기 부풀리기로 '병원사냥'...사무장병원장의 고백 

공사대금·의료기기 부풀리기로 '병원사냥'...사무장병원장의 고백 

메르스로 휘청이자 의료기기회사가 병원 장악...사무장병원 전락

기사승인 2020-11-16 04:11:02 업데이트 2020-11-23 00:17:48
 이미지=정보람 디자이너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의료장비 리스 등 계약을 할 때는 원칙대로 해야합니다. (금액 부풀리기가)관습적이라며 유혹하는 말에 넘어가선 절대 안 됩니다." 

'사무장병원'으로 적발돼 수사를 받고 있는 대전 D병원 설립자 O원장의 말이다. 3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인 D병원은 최근 의료기기업체가 불법 운영하는 사무장병원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수사 대상에 오른 사무장병원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한때 메르스 전진기지로 이름을 떨쳤던 D병원이 한순간에 사무장병원으로 전락한 셈이다. 

발단은 2013년 병원 설립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축 공사 중 대출에 차질이 생기자 의료기기업체 H사가 접근했다. 신축공사 자금을 댄 H사가 O원장에 의료기기 리스 사기, 공사비 부풀리기 등을 종용했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서울종로경찰서는 H사 회장 등 관계자 7명과 O원장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의료기기를 빌려준 것처럼 속여 100억원대 허위세금계산서를 발급한 뒤 불법 대출한 자금으로 사무장병원을 운영한 혐의다.

이들은 총 120억 원의 허위세금계산서를 발급(조세범처벌법 위반)하고, 이를 근거로 금융사로부터 140억 원가량을 사기 대출한 혐의(특경법 위반)를 받고 있다. H사가 2017년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종합병원 등을 사무장병원으로 운영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가로챈 요양급여는 300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수사 대상에 오른 O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의료기기를 리스 방식으로 구매하는 것처럼 허위서류를 꾸며 대출을 받아 공사비를 충당하자는 제안을 순박하게 받아들였다. 이런 식으로 3차례에 걸쳐 210억을 불법 대출받아 본인도 모르게 조세포털, 리스 사기대출 공범이 돼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에 따르면, H사는 신축 공사비보다 40억가량 부풀려 계약한 뒤 차액을 병원 운영비로 쓸 수 있도록 돌려주겠다는 수법을 쓰는가 하면, 부풀린 의료기기 리스 대출과 공사비 150억 상당을 0원장이 H사로 부터 대여한 것처럼 허위계약서를 꾸민 뒤 구상금 소송 등을 통해 압박했다.    

O원장은 "이런 식으로 본인을 공범으로 만들고 옭아맸다. 불법행위가 드러나면 면허정지 또는 면허취소 처분뿐만 아니라 형사처벌까지 피할 수 없게 되니 H사 하자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며 "병원 건축 당시 도움을 주겠다면서 접근해왔다. 이들의 형식적이고 관례적이라는 말에 따른 것이 잘못이었다. 어리석음이 아니었다면 이런 사기꾼을 만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사무장병원으로 전락한 D병원 개설자인 O원장.

또 메르스로 병원 경영이 악화한 이후에는 사무장병원장을 앉혀 노골적으로 병원을 장악했다고 그는 주장했다. 그는 H사와의 채무관계 등으로 병원 지분 1%만 보유하고 있다. O원장 본인은 신용불량자 상태로, 소유한 병원지분과 개인채무는 H사와 구상금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새로 병원장에 오른 이는 H사 측 관계자인 젊은 의사로 사무장 형태의 병원 운영 의혹을 받고 있다.

O원장은 "(병원 사냥꾼들이)자금압박 시달리는 병원에 접근해 불법 의료기기 리스를 종용한다. 리스 대금을 부풀려 뒷돈은 너희에게 주겠다는 식이다. 의사가 불법임을 알아채면 공모자가 된 이후다. 자수하거나 법적으로 문제삼으면 면허가 박탈되니 꼼짝없이 당하고 만다"며 "절대로 이런 일이 다시 있어서는 안된다. 의료사회에서 퇴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검찰은 D병원은 사무장병원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O원장의 주장과 관련해 D병원 측 입장을 물었으나 답이 오지 않았다. 이 병원은 임직원만 300여명, 300병상 규모로 지역사회 의료를 담당하는 대표 종합병원이다. 불법 사무장병원인 것이 확인되면 병원 문을 닫아야 해 의료공백 우려도 높은 상황이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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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