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醫 '선별적 낙태 거부'..."여성 요구 낙태는 10주미만에만 시행"

산부인과醫 '선별적 낙태 거부'..."여성 요구 낙태는 10주미만에만 시행"

낙태법 개정 시한 넘긴 정부-입법부 '직무유기' 지적...의료계, 의학적 기준따른 선별적 낙태 거부안 밝혀

기사승인 2020-12-28 18:12:23 업데이트 2021-01-01 21:36:50
▲여성단체의 낙태 폐지 허용 시위. 자료사진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내년부터 낙태법이 별다른 개정없이 전면 폐지될 조짐을 보이자 산부인과 의사들이 '선별적 낙태 거부'에 나섰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등 4개 산부인과 의료단체는 28일 오후 '낙태법 폐지에 대한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이같은 뜻을 밝혔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모체태아의학회,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공동 참여했다.

당초 산부인과의료계는 낙태법 전면 폐지에 반대하고,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을 존중한 기준 완화안을 요구해왔다. 그런데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 이후 낙태법 개정시한인 12월 31일을 앞둔 현재까지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내년부터 전면 폐지될 조짐이 보이자 이같은 움직임에 나선 것이다.

우선 이들 단체는 "낙태법 개정 시한을 넘겨 혼란을 야기한 정부와 입법부의 직무유기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하며, 전문가 단체의 의견을 반영해 신속히 개정하라"며 정부에 강력히 촉구했다. 

이들은 "낙태법의 공백 상태에서도 우리는 산부인과 의사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고 여성의 건강과 태아의 생명을 지켜야 하는 직업적 책무를 다하고자 한다"며 "이에 태아의 생존 가능성이 있는 임신 22주 이후에 잘 자라고 있는 태아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에 단호하게 반대하며 다음과 같이‘선별적 낙태 거부’를 시행하니 국민 여러분의 이해와 협조를 구한다"며 선별적 낙태거부의 이유를 전했다.

그러면서 '선별적 낙태 거부'의 구체적인 안으로 ▲임신한 여성이 자기 결정권을 가지고 요구할 수 있는 낙태는 임신 10주+0주(70일: 초음파 검사 상 태아 크기로 측정한 임신 일수 기준) 미만에만 시행할 것 ▲태아의 장기와 뼈가 형성되고 합병증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임신 10+0주부터 22+0주 미만에는 낙태되는 주수의 태아의 발달 정도와 발생 가능한 합병증 등에 대해 충분한 숙려 기간을 갖도록 한 후 낙태를 시행할 것 ▲태아가 생존 가능성이 있는 시기에 의사가 낙태를 하여 태어난 아기를 죽게 하면 현행법과 판례상 살인죄로 처벌받을 수 있으므로 임신 22+0주부터는 낙태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 ▲임신 22+0주 이후에 의학적 사유로 인해 임신 중단이 필요한 경우에는 태아의 생명을 무조건 빼앗는 낙태가 아닌 조산으로 간주해 임신부와 태아에 적합한 의학적 처치를 할 것 등을 천명했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국민들에도 이해를 구했다. 이들 단체는 "그 동안 우리의 낙태 현실은 낙태를 금지한 게 문제가 아니라 법적, 제도적 체계 안에서 낙태가 이뤄지지 않고 임신 갈등 상황에 처한 위기의 여성들과 불법 낙태를 하는 의사들의 문제로 방치해 온 게 문제"라며 "이제 국가가 낙태 문제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할 때"라며 "여성들이 낙태할 수밖에 없는 사회경제적 사유란 결국 우리 사회가 여성들에게 낙태하도록 사회적, 경제적 압박을 하고 있는 것이며 이는 국가가 법과 제도로 지원하지 않으면 해결 되지 않는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오랜 시간 낙태 실태가 개선되기를 기다려온 산부인과 의사들은 낙태를 줄이는 낙태법이 조속히 만들어지길 바란다. 낙태를 합법화한 국가들도 낙태법을 폐지한 게 아니라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 정한 범위와 절차 안에서 허용하고 있다. 낙태법을 폐지하자거나 태아가 생존 가능성이 있는 시기의 낙태도 허용하자는 주장은 낙태의 실상을 잘 알고 있는 의사들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는 의사들에게 살인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산부인과는 낙태한 여성이 처벌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러나 가능하면 모든 태아의 생명권이 존중되기를 바라며, 또한 여성들이 사회 경제적 압박에 의해 낙태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하루 속히 개선되기를 바란다"며 "산부인과 의사들의 ‘선별적 낙태 거부’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이해를 바라며, 낙태를 줄이는 낙태법 개정이 조속히 이뤄지도록 함께 정부와 입법부에 요구해달라"고 당부했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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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