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도 혈당관리도 힘든 스무살 1형 당뇨 환자들…CGM으로 어려움 던다

자립도 혈당관리도 힘든 스무살 1형 당뇨 환자들…CGM으로 어려움 던다

한독, ‘당당발걸음 캠페인’ 개최
혈당 관리 어려움 겪는 20대 초반 1형 당뇨병 환우 대상으로 진행
연속혈당측정기 ‘바로잰Fit’ 부착 후 혈당 폭 변화 확인

기사승인 2025-05-28 06:00:09
송류리 류트리션 대표가 지난 24일 서울 강서구 한독퓨처콤플렉스에서 열린 ‘당당발걸음 캠페인’에서 1형 당뇨병 관리 노하우와 함께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되는 식사법에 대해 강연했다. 한독 제공

“20세가 되던 해, 친구들이 축하한다며 케이크를 줬는데 1형 당뇨 때문에 먹지 못했다. 자유로운 성인이 됐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현실 때문에 서러웠다. 국토대장정이라는 버킷리스트도 포기해야 했다.”

16년 전 1형 당뇨 진단을 받았다고 밝힌 송류리 류트리션 대표가 지난 24일 서울 강서구 한독퓨처콤플렉스에서 열린 ‘당당발걸음 캠페인’에서 이같이 말했다. 캠페인은 한독이 지난 2009년부터 이어오고 있다. 이번 행사는 20대 초반 1형 당뇨병 환우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당뇨병은 1형과 2형으로 나뉜다. 환자의 대부분은 비만, 운동 부족 등의 요인으로 인슐린 저항성(체세포가 인슐린에 반응하지 못하는 현상)이 생기는 2형 당뇨병이다. 반면 1형은 자가면역 기전으로 췌장의 베타세포가 대부분 파괴돼 인슐린을 전혀 분비하지 못하기 때문에 평생 외부에서 인슐린을 주입해야 한다. 주로 성인기에 발생하는 2형 당뇨와 달리 1형 당뇨는 연령에 상관없이 나타난다.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는 이날 쿠키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소아청소년기에 발병한 경우 성인기로 넘어가면서 혈당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다”며 “대학생이 되면서 부모와 떨어져 살면 혈당 관리가 느슨해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 “지속적으로 주의와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합병증 진단을 받을 수 있어 1형 당뇨 환자들에겐 20대 초반이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며 “혈당 관리와 자립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속혈당측정기는 체내 혈당 수치를 측정하는 센서가 탑재된 패치를 팔이나 복부 등에 부착해 실시간으로 혈당을 모니터링하는 의료기기다. 사진은 기자가 한독의 연속혈당측정기(CGM) ‘바로잰Fit’을 부착한 후 바로잰Fit 스마트폰 앱을 통해 혈당 수치를 확인한 모습. 바로잰Fit 스마트폰 앱 화면 캡처

연속혈당측정기 통해 혈당 관리 편의성 제고

특히 당뇨병은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적극적 관리가 필요하다. 당뇨병 환자는 고혈당 또는 저혈당 쇼크에 빠지지 않도록 수시로 혈당을 측정하고, 상황에 따라 적절한 양의 인슐린을 주사해야 한다. 인슐린을 주입하지 않은 채 방치할 경우 급성 합병증이 나타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반대로 체내 요구량보다 인슐린을 많이 주입하면 저혈당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들의 혈당 관리 편의성이 크게 높아진 건 연속혈당측정기(CGM)가 나오면서다. CGM은 체내 혈당 수치를 측정하는 센서가 탑재된 패치를 팔이나 복부 등에 부착해 실시간으로 혈당을 모니터링하는 의료기기다. 매번 손가락 채혈을 하지 않아도 24시간 혈당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김미영 대표는 “과거엔 혈당 폭을 예측하는 게 힘들어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거나 우울증을 앓는 사례가 많았다”면서 “CGM이 나오면서 관리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이 일부 해소됐고, 삶의 질도 크게 높아졌다. 저혈당이나 고혈당이 오기 전에 미리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밝혔다.

양여리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1형 당뇨병 환자들의 경우 CGM을 이용해 혈당을 잘 잡아주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좋은 치료”라며 “CGM으로 혈당을 측정하면 인슐린 조절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양 교수는 “사실 CGM은 이름과 다르게 혈당이 아닌 간질액의 포도당 농도를 측정하기 때문에 5~15분 정도 딜레이 시간이 생긴다”면서 “저혈당 상황이 왔을 때 단 것을 먹고 빨리 안 올라간다고 연속혈당기를 보며 조절하면, 이후 혈당이 급격하게 치솟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독이 지난 24일 서울 강서구 한독퓨처콤플렉스에서 ‘당당발걸음 캠페인’을 개최했다. 참가자들이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되는 소도구 운동법을 배우는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김은빈 기자

“균형 잡힌 식사, 중강도 무산소 운동 통해 꾸준히 관리해야”

이날 행사 참가자들은 한독의 CGM ‘바로잰Fit’을 팔에 부착하고 준비된 간식을 먹어보며 음식에 따른 혈당 폭의 변화를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바로잰Fit은 센서가 4.5g으로 작고 가벼운 편이라, 팔에 부착한 상태로도 자유로운 활동을 할 수 있다. 생활 방수 기능이 있으며 최대 15일 사용할 수 있다. 센서 4부착 후 혈당 데이터가 표시되는 초기 안정화 시간도 30분에 불과해 스마트폰 앱을 통해 빠르게 혈당을 확인할 수 있다. 

영양사인 송류리 대표는 1형 당뇨병 관리 노하우와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되는 식사법에 대해 강연했다. 단백질을 체중의 1~1.25배g 정도로 섭취하는 것을 권장하면서 채소를 먼저 먹고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순서로 섭취하는 식사법을 소개했다. 송 대표는 “당뇨병 16년차인데, 현재 합병증이 하나도 없다”며 “균형 잡힌 식사와 운동을 통해 꾸준히 관리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리를 열심히 하면서 1형 당뇨와 함께 살다보니 못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20세로 돌아간다면 국토대장정도 할 수 있다고 본다”며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되는 소도구 운동법을 배우는 수업도 진행됐다. 운동코치는 “당뇨병 환자는 근육 합성을 촉진하는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아 일반인보다 근감소증 발생 위험이 약 2.5배 높다. 근감소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운동이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운동 후 저혈당이 발생할 수 있어, 1형 당뇨 환자에게는 중강도 무산소 운동을 권장한다. 혈당 변동 폭이 작고 예측 가능해 리스크가 낮고 안정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2주간 CGM을 착용하고 건강한 혈당관리 습관을 만들기 위한 챌린지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 참가자는 “혼자서는 알기 어려웠던 실질적 혈당관리 방법을 배우고 함께 실습해볼 수 있어 매우 유익했다”며 “특히 같은 경험을 갖고 있는 선배들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캠페인 기획 단계부터 참여한 김미영 대표는 “1형 당뇨병 환우 중 소아·청소년에 대한 지원과 정책은 많은데, 성인을 대상으로 한 지원은 부족해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도 있다”라며 “유병 인구의 90% 이상이 성인인 만큼 이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나 지원책이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