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자주국방의 역사와 궤를 같이해온 LIG넥스원이 창립 50주년을 맞아 ‘LIG 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LIG Defense&Aerospace, 이하 LIG D&A)’로 사명을 변경하고 제2의 창업을 선언했다. 1976년 금성정밀공업으로 출발해 ‘천궁’, ‘신궁’, ‘해성’ 등 독자적인 유도무기 체계를 구축해온 과거의 영광을 넘어, 이제는 항공우주와 피지컬 AI를 아우르는 ‘글로벌 전장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다.
이번 사명 변경은 사업 구조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의미한다. 기존의 유도무기 전문 기업이라는 이미지는 방위산업(Defense)과 항공우주(Aerospace)를 결합한 ‘D&A’라는 이름 아래 하이테크 기술 기업으로 재편된다. 이는 전장의 중심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와 지능형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현대전의 패러다임 변화를 선제적으로 반영한 결과다.
LIG D&A의 이러한 자신감은 역대급 실적이 뒷받침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LIG D&A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4조3069억원, 영업이익은 3194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성과를 달성했다. 특히 매출은 전년 대비 31.4%, 영업이익은 무려 43%가량 급증하며 외형 성장과 내실 경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사업 부문별로 살펴보면 주력인 정밀타격(PGM) 부문의 성장세가 독보적이다. PGM 부문 매출은 2조335억원으로 전체의 47.2%를 차지하며 명실상부한 회사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PGM을 필두로 항공전자(AEW), 지휘통제(C4I) 등 주요 사업 부문이 탄탄한 실적을 유지하며 탄탄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입증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미래 먹거리의 규모다.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고는 약 26조2526억원으로, 이는 현재 연간 매출의 약 6배에 달하는 수치다. 지난해 수주 증감액 역시 10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향후 수년간 안정적인 매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강력한 재무적 완충지대를 마련한 상태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천궁-II’ 수출 호조는 LIG D&A의 위상을 한 단계 격상시켰다. 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 천궁-II는 실전 성능을 입증하며 전 세계 방산 시장의 도입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이라크와도 대규모 계약을 성사시켰으며, 카타르 등 인근 국가로의 추가 수출 가능성도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 인프라 확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신익현 LIG D&A 대표이사는 오는 2030년 매출 10조원 달성을 위해 대규모 시설 투자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오는 9월 완공 예정인 김천2공장에 1120억원을 투입하는 것을 비롯해, 구미 퓨처파크 부지 재건축 등 오는 2029년까지 총 4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유도무기부터 항공·우주 체계까지 아우르는 통합 생산 기지를 완성할 계획이다.
LIG D&A가 그리는 미래 전장의 핵심은 ‘피지컬 AI’와 ‘무인화’에 있다. 회사는 단순 무기 제조를 넘어 인공지능이 스스로 판단하고 기동하는 지능형 무기체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미국 로봇 전문업체 ‘고스트로보틱스’ 인수는 북미 방산 시장 진출의 교두보이자, 육상 무인 플랫폼 기술력을 단숨에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전략적 승부수가 됐다.
사명에 새긴 ‘Aerospace’의 가치는 우주 영토 확장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저궤도 위성 체계와 정지궤도 위성 시스템 개발 등 뉴스페이스 시대를 선도할 핵심 기술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이는 해상, 지상을 넘어 우주 공간에서의 초연결 통신 및 감시 체계를 아우르는 글로벌 종합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또 하나의 핵심 키워드는 ‘글로벌 MRO(유지·보수·정비)’ 거점 확보에 있다. 무기체계는 판매보다 사후 관리가 더 장기적인 수익원이 되는 특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30개국 수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현지 MRO 시설 구축을 통해 고객사의 신뢰를 얻고, ‘한 번 팔면 끝’이 아닌 ‘생애주기 전반을 책임지는 서비스’ 모델로 진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호성 국립창원대 GAST 대학원장은 “MRO 거점 확보는 단순 정비를 넘어 부품 공급망 점유와 성능 개량 시장 선점을 의미한다. 신규 수출뿐 아니라 사후 시장 확보에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MRO 거점 구축과 차세대 무인 체계 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적 협력 체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LIG D&A의 전환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려면 AI와 우주 분야에서의 기술 상용화 속도 또한 관건이다. 현재 지정학적 특수로 인한 단기 수요 확대를 넘어, 독보적인 기술적 해자를 구축해야만 글로벌 탑티어 방산 기업들과의 진검승부에서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다.
LIG D&A 관계자는 “지난 50년이 자주국방의 기틀을 닦고 정밀 유도무기의 국산화를 이끈 시간이었다면, 향후 50년은 첨단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방위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이번 사명 변경은 단순한 명칭의 변화가 아니라 기술 혁신을 통해 인류의 안전과 평화를 지키는 글로벌 기술 기업으로 진화하겠다는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