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 행정이 ‘정치의 시간’으로 넘어가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하루 앞서 김병민 정무부시장과 정무특보 4명도 일괄 사의를 표하고 캠프로 옮겨갔다. 이에 따라 김성보 행정2부시장이 선거일인 6월3일까지 시장 권한대행을 맡는다.
자치구도 마찬가지다. 광진·동대문·도봉·마포·양천·서초구 등은 현직 구청장이 이미 공천을 확정(단수)받으면서 예비후보 등록과 함께 부구청장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됐다. 성북·관악·송파구도 경선을 통과한 현직 구청장이 예비후보 등록에 나서며 같은 흐름을 타고 있다. 현직 구청장의 경우 예비후보 등록 시점부터 직무가 정지된다.
문제는 이 시기마다 반복되는 ‘행정 공백’이다. 공식적으로는 부시장과 부구청장이 직무를 대행하기에 제도상 공백은 없다. 제도적으로는 행정이 멈추지 않도록 설계돼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급하지 않은 결재 건은 미뤄지고, 신규 사업은 ‘선거 이후로 미루자’는 말과 함께 사실상 중단된다. “괜히 건드렸다가 책임을 떠안을 수 있다”는 인식이 공직사회 전반에 퍼진다. 최근 만난 자치구 공무원 상당수에게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읽혔다. 자치구별로 온도차는 있지만, 단체장이 바뀔 여지가 있는 상황에서 굳이 일을 벌이지 않겠다는 기류다.
이런 일은 왜 반복될까. 핵심은 인사권이다. 단체장은 조직 인사권을 쥐고 있다. 누가 장이 되느냐에 따라 승진·보직·조직 개편 방향이 달라진다. 자치구 안에서도 선출직 단체장이 바뀌면 핵심 보직 교체는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공공연하게 퍼져 있다. 공무원 입장에서는 ‘다음 권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적극적으로 움직이기보다 멈춰 있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인 것이다.
공무원 제도가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헌법 제7조 1항은 공무원을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역시 직업공무원제도를 두고 정권 교체에 따른 국가작용의 중단과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라고 판시한 바 있다. 누가 시장이 되고 구청장이 되든지 공무원의 시계는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현실은 그 반대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행정은 위축되고 시민이 체감하는 행정 서비스는 느려진다. 의사결정은 지연되고 정책은 뒤로 밀린다. 겉으로는 정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속도가 떨어진다. ‘보이지 않는 공백’이다. 특히 정권 교체 가능성이 거론될수록 공직사회의 눈치보기는 더 짙어진다. 이번 서울 지방선거를 둘러싼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행정의 시계를 멈춰 세운 것은 결국 정치다. 인사권을 정치적 충성도의 척도로 휘둘러온 단체장의 관행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임자 사업을 뒤집어온 정치 문화가 누적된 결과다. 책임을 전가하는 행태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권한대행이 ‘사고 없이 넘기는 자리’가 아니라 ‘예정된 사업을 그대로 추진하는 자리’가 되도록 책임 범위부터 다시 그어야 한다. 선거는 정치의 시간이고, 행정은 시민의 시간이다. 단체장이 떠난 그 자리에서, 시민의 행정은 단 하루도 비어 있을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