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제42호 신약이자 첫 국산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카티) 치료제를 탄생시킨 큐로셀이 서울 주요 대형병원을 포함해 10여 곳 이상에서 제품 공급에 대한 협의를 시작했다. 회사는 연내 전국 30개 의료기관으로 치료센터를 확대해 국내 어디서든 투여 가능한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김건수 큐로셀 대표는 14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회사의 CAR-T 치료제 ‘림카토’(성분명 안발캅타젠오토류셀) 허가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림카토의 이번 허가는 단순히 하나의 신약 출시를 넘어 국내에서도 첨단 세포치료제를 자체 개발하고 상용화할 수 있는 역량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달 29일 림카토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이번 승인으로 림카토는 국내 개발 제42호 신약에 이름을 올렸다. CAR-T는 환자의 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고,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해 사멸시키는 만큼 치료 효과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까지 노바티스, 길리어드 사이언스, BMS(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 존슨앤드존슨(얀센) 등 글로벌 빅파마만이 CAR-T 치료제 상업화에 성공했다.
림카토가 허가받은 적응증은 두 가지 이상의 전신 치료를 받은 뒤 재발하거나 불응한 성인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및 원발성 종격동 거대 B세포 림프종(PMBCL)이다. 고위험 혈액암인 DLBCL은 림프종의 가장 흔한 형태로, 체내 면역세포인 B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덩어리를 만드는 질환이다. 발병 시 수주 이내에 복부와 흉부의 종양, 지속적인 고열, 야간 발한, 급격한 체중 감소 등 전신에 증상이 나타난다. 매년 약 2400~3000명이 새롭게 진단받는 DLBCL은 1차 표준치료 후 환자의 약 40%가 재발을 경험하는데 예후가 좋지 않다.
림카토는 큐로셀이 자체 개발한 ‘OVIS(Overcome Immune Suppression)’ 기술이 적용됐다. OVIS 기술은 종양 미세환경에서 발생하는 면역억제 신호를 제어해 T세포 탈진(T-cell exhaustion)을 개선하고, 항암 활성이 보다 오래 유지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이날 김원석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DLBCL 치료의 미충족 수요 및 림카토의 임상적 가치’를 주제로 림카토의 주요 임상 성과를 소개했다. 김 교수는 “림카토는 임상 2상(CRC01)에서 독립심사위원회(IRC) 평가 기준 객관적 반응률(ORR) 75.3%, 완전관해율(CR) 67.1%라는 경쟁력 있는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며 “특히 기존 글로벌 CAR-T 치료제와의 간접 비교 연구(MAIC) 결과, 전체 생존 기간(OS) 측면에서 사망 위험을 상용 제품 대비 53% 유의하게 감소시킨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림카토는 3등급 이상의 사이토카인방출증후군(CRS) 발생률이 8.9%, 신경독성(NE) 발생률이 3.8%로 나타나 안전성 프로파일도 입증했다.

큐로셀은 림카토 적응증 확대에도 나선다. 회사는 OVIS 플랫폼 기술(PD-1, TIGIT 동시 억제)을 바탕으로 차세대 적응증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수희 큐로셀 임상개발센터장은 “현재 성인 급성 림프모구성 백혈병(ALL) 임상 1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이는 국내 최초의 성인 대상 CAR-T 임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가면역질환인 전신 홍반성 루푸스(SLE) 영역에서도 국내 최초로 임상시험 승인을 획득했으며, 치료목적 사용 승인을 통해 실제 치료 경험도 축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해소해야 할 과제도 있다. 현재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단재생바이오법)에 따라 CAR-T 치료제를 처방하기 위해선 ‘인체세포 등 관리업’ 허가를 취득해야 한다. 까다로운 조건의 시설 기준을 충족해야지만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는 것이다.
보험 기준도 까다롭다. CAR-T 치료는 수억원에 달하는 고비용 치료인 탓에 보험 기준이 까다롭게 설정돼 있고, 조금만 기준에서 벗어나면 삭감된다. 이 삭감된 금액을 전액 병원이 부담하고, 경우에 따라선 의사 개인에게 책임이 전가되는 일도 있다. 의사가 CAR-T를 의료적 관점에서 권해도 행정적 관점에서 망설일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김 교수는 “한 번 삭감되면 수억원대 비용이 삭감되는 것이기 때문에 의료진 입장에선 상당히 조심할 수밖에 없다. 저희 병원에서도 실제 삭감 사례가 있었다”며 “앞으로 림카토주가 2차 치료 영역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한다고 가정해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보험 급여의 목적은 환자의 약제 접근성을 높이고 치료 기회를 보장하는 데 있다. 삭감 자체가 목적이 돼선 안 된다”며 “물론 고가 치료제이기 때문에 재정 관리는 필요하다. 하지만 보험 재정을 이유로 지나치게 좁게 기준을 해석하고, 급여를 인정하지 않을 이유를 찾는 방향으로 운영된다면 건강보험 제도의 본래 취지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CAR-T 치료제처럼 고가이면서도 치료 대안이 제한적인 영역에선 보다 유연한 판단 체계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가령 의학적 자문그룹을 만들어 개별 환자 사례에 대해 CAR-T 치료가 타당하다고 판단되면 급여를 인정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실제 일부 국가에선 고가 치료제의 경우 사전에 전문가위원회가 환자 적합성을 검토하고, 승인되면 보험 급여를 적용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김 교수는 “보험 급여는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한 제도이지 삭감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라며 “이 문제는 의료계와 보험당국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큐로셀은 환자들이 조기에 림카토 치료 기회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와 남은 협상을 벌이고 있다. 림카토는 보건복지부의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 대상 품목으로 선정돼 일반적인 절차보다 신속한 급여 등재가 가능해졌다. 김 대표는 “국내에서 축적한 연구개발(R&D) 및 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