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제약바이오 ‘글로벌 강국론’ 1년…‘규제 합리화’ 평가는 [李정부 보건복지 1년③]

K-제약바이오 ‘글로벌 강국론’ 1년…‘규제 합리화’ 평가는 [李정부 보건복지 1년③]

보건복지부는 돌봄 국가책임 강화, 기본생활 안전망 구축,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K-바이오헬스 육성 등을 주요 정책 목표로 내세웠다.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주요 보건복지 정책이 구호를 넘어 국민 체감과 실행 단계에 들어섰는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기사승인 2026-06-08 06:00:05
쿠키뉴스 자료사진.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쿠키뉴스 자료사진.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이재명 정부 출범 1년간 제약바이오 정책은 ‘미래 성장동력’이라는 구호를 제도와 예산으로 구체화한 시기였다. 정부는 ‘글로벌 5대 바이오 강국 도약’을 목표로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특화펀드 조성, 허가심사 단축, 약가제도 개편, 공급망 안정화 등을 추진했다. 다만 업계에선 정책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세부 전략과 실행이 미흡하다는 아쉬움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 1년간 제약바이오 정책의 큰 흐름은 바이오헬스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격상하고, R&D·규제·약가·공급망을 동시에 손보려 한 1년으로 정리할 수 있다.

정책 추진에 힘입어 역대급 성과도 썼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바이오헬스 수출액은 279억달러로 전년 대비 10.3% 증가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제약바이오 수출액은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넘어 104억달러를 기록했고, K-뷰티 수출액도 114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수출 성과는 R&D 투자로 이어졌다. 올해 복지부의 R&D 예산은 1조652억원으로 전년(9464억원) 대비 12.6% 증가했다. 금융 지원 측면에선 K-바이오·백신펀드, 임상 3상 특화펀드, 국민성장펀드 등이 마련됐다. K-바이오·백신펀드는 지난해 9월 기준 25개 기업에 1208억원을 투자했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자금 부담이 가장 큰 임상 3상 구간의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조성된 임상 3상 특화펀드는 최근 운용사 선정에 들어갔다.

국민성장펀드는 정부가 인공지능(AI)·반도체·바이오·백신 등 국가 첨단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마련한 150조원 규모의 민관합동 정책금융 프로그램이다. 바이오·백신 분야에는 11조6000억원이 배정됐다. 백신, 위탁개발생산(CDMO),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글로벌 임상·상업화 단계 신약 개발사 등이 주요 지원 대상이다. 선정 기업은 동아쏘시오그룹의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계열사 ‘비티젠’과 백신 개발사 ‘SK바이오사이언스’다.

규제 합리화도 이뤄졌다. 국제적 수준의 임상평가를 거친 혁신 의료기기는 허가 후 기존 기술 여부 확인만으로 시장에 즉시 진입할 수 있도록 해 기간을 최대 490일에서 최소 80일로 줄였다. 첨단재생의료 분야에선 난치질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비임상시험자료 제출을 간소화했다. 기존 5000㎡ 이하로 묶여있던 첨단의료복합단지 내 의약품·의료기기 생산시설 설치 규모 제한은 1만5000㎡ 이하로 완화되고, 건강기능식품과 기능성 화장품 생산시설의 입주도 허용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산업에서 ‘거미줄 규제’를 걷어낼 것을 강조해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16일 ‘제2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민간의 창의성을 촉진하기 위해선 규제에서 성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며 “전통적인 규제 담당 기관들도 해당 분야의 성장과 진흥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만 민간 부문의 무한한 창의성과 반 발짝 앞선 속도를 뒷받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규제 합리화에 나서는 정부의 행보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나쁘지 않다. 업계 A관계자는 “정부가 제약바이오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글로벌 5대 바이오 강국 도약을 국정 목표로 삼아 여러 지원을 추진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전문인력 양성, 의약품 허가심사 단축 등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산업계 입장에서 환영한다”고 전했다.

‘약가 인하’ 여진 계속…“시행 시기 연기 필요”

정책 추진 과정에서 혼란도 적지 않았다. 제네릭(복제약) 및 특허 만료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을 현행 53.55%에서 45%로 단계적으로 인하하는 내용의 약가제도 개편안은 업계의 거센 비판을 샀다.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기준은 현재 매출 1000억원 이상의 경우 매출 대비 R&D 비율 기준을 5%에서 7%로 2%p(포인트) 상향했다. 대신 정부는 R&D 비중이 높은 혁신형·준혁신형 제약기업에는 약가 산정률을 각각 49%와 47% 우대하고, 3~4년의 특례기간을 부여하는 당근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약가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R&D 투자 감소 가능성을 제기하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하는 등 우려를 쏟아냈다. 신약 등 의료제품 허가·심사 혁신과 같은 사례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국내 개발 신약에 대한 약가 우대 정책이 부재한 상황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업계 B관계자는 “단순한 행정절차가 아니라 시스템 전체를 바꾸는 혁신적인 조치는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로 나아갈 발판을 마련해줬다”며 “다만 산업의 발전 측면에서 약가 개편안 등 제약산업 관련 정책 시행 과정에 아쉬움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약가 개편안의 경우 제네릭 개발도 약 3~5년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해 현장 충격의 최소화를 위한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도 개편과의 정합성을 위한 시행 시기 연기가 필요하다”면서 “또 실효성 있는 필수의약품 및 퇴장방지의약품의 약가 정책 등이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3월10일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신대현 기자
3월10일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신대현 기자
정부가 바이오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정책 추진 체계는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대규모 위원회 중심의 형식적 운영과 바이오 벤처에 대한 자금 지원 부족 등이 핵심 문제로 거론됐다.

오랜 제약바이오산업 경험을 바탕으로 원로급 인사로 평가받는 업계 C관계자는 “정부에서 바이오를 민다고 하지만, 실제로 제대로 추진한 적이 없다. 바이오를 미래 먹거리로 생각한다면 청와대에 적어도 바이오산업만 전담하는 담당자가 한 명은 있어야 한다”며 “이번 정부 들어서 AI에 지나치게 치중하면서 바이오가 뒷전으로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출범한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혁신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혁신위는 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심으로 분산됐던 기존 바이오 거버넌스를 통합한 조직이다. 정부위원 16명과 민간위원 23명이 참여해 단순 자문기구를 넘어 심의·의결 권한을 갖춘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C관계자는 “정부위원과 민간위원을 합치면 인원이 거의 40명에 달한다. 한 사람당 5분씩만 말해도 3시간이 걸리는데, 그런 자리에서 무슨 실질적인 논의가 되겠느냐”면서 “또 부위원장을 둔다는 것은 결국 위원장이 회의에 자주 참석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될 수 있는데, 부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면 관련 부처 장관들이 적극적으로 참석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생존 위기’ 놓인 바이오 벤처…“기다릴 시간 없어”

자금 지원 방향에 대해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최근 정부의 성장펀드가 정작 생존 위기에 놓인 혁신 바이오 벤처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대기업에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C관계자는 “지금 굶어 죽는 바이오 벤처들이 얼마나 많은데, 왜 이미 자금력이 있거나 안정적인 기업에 돈을 지원하느냐”면서 “CDMO 같은 분야는 이미 가던 길을 가는 사업이지, 완전히 새로운 혁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쿠키뉴스 자료사진.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그는 중국과 한국의 라이선스 계약 양상을 비교하며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경쟁력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C관계자는 “최근 중국의 라이선스 딜은 상당수가 ‘베스트 인 클래스(best-in-class)’와 제품 기반 중심인 반면, 한국은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와 플랫폼 기반 비중이 높다”며 “글로벌 제약사들은 오히려 혁신적인 기술을 찾을 때 한국을 많이 찾는다. 최근 로슈나 일라이 릴리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그런 이유다”라고 짚었다. 최근 두 글로벌 빅파마는 국내 임상시험 확대와 기술 이전, 바이오 벤처 지원을 위해 5년간 약 5억달러 규모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혁신적인 국산 기술력이 자금 부족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C관계자는 “정부가 펀드를 키우겠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놓은 펀드라도 빨리 집행해야 한다”며 “정말 열심히 혁신 기술을 개발하는 바이오 벤처들을 어떻게든 도와줄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현장은 기다릴 시간이 없다”며 “정부가 진정으로 바이오를 국가 성장동력으로 생각한다면 말이 아니라 실질적인 지원 체계와 빠른 자금 집행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