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중신 대한의학회 부회장은 8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학 입시가 어떻게 변화하느냐에 따라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바뀌듯이 수련 중 현장 평가를 도입함으로써 전공의들이 실제 병원에서 수련받는 내용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뀔 것”이라며 전공의수련교육원 출범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달 출범한 대한의학회 전공의수련교육원은 그동안 분산 운영되던 전공의 수련교육 체계를 통합 관리하고, 수련의 질 향상을 위해 국가 단위 교육과 평가 기반을 구축하는 역할을 맡는다. 특히 수련 교육 전반에 대한 표준화, 디지털화, 고도화를 추진하고 이를 현장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박 부회장은 대한의학회가 오랫동안 주장해 온 핵심 방향이 ‘역량 중심 수련’이라며 전공의 수련의 표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한민국의 어떤 병원에서 수련을 받더라도 전문의로서 최소한의 역량을 충족할 수 있는 표준화된 수련을 받아야 한다”며 “실제로 수련이 잘 이루어지려면 중요한 게 평가다”라고 말했다.
대한의학회가 전공의수련교육원 출범과 함께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려는 과제는 ‘수련 중 평가’다. 기존에는 전공의가 수련과정을 모두 마친 뒤 전문의 자격시험을 통해 전문의 자격을 인증받는 구조였지만, 이 같은 단회성 평가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수련 현장 평가는 실제 진료현장에서 전공의가 어떤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목표한 수준에 도달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박 부회장은 “전공의가 수련 기간 중 실제 환자 진료를 하면서 어떤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지향하는 목표점에 도달하고 있는지를 수련 중에 평가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려 한다”며 “이미 다른 나라들에선 그런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한의학회는 수련 중 평가가 전공의를 걸러내기 위한 평가가 아니라, 수련교육의 방향을 바꾸기 위한 평가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박 부회장은 “평가라고 하면 전공의들이 ‘우리를 평가해서 떨어뜨리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할 수 있는데, 단순히 우열을 나누거나 당락을 다루는 평가가 아니다”라며 “이론적 지식뿐 아니라 실제 진료현장에서 필요한 역량을 갖추도록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공의 수련교육 이슈, 주당 시간 단축에 매몰”
전공의 수련시간 단축에 관해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진우 회장은 “전공의 수련교육이라고 하면 모든 이슈가 주당 수련시간 단축에 매몰되는 것 같다”면서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으로 전공의의 삶의 질은 좋아지고, 전임의·전문의의 삶의 질은 나빠진 것이 사실이다”라고 했다.

시범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를 5점 만점으로 환산했을 때 전공의들은 3.76점이라는 비교적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반면 지도전문의의 만족도는 2.28점에 그쳤다. 삶의 질 영향은 2.01점, 피로도 및 번아웃 완화 정도는 1.87점으로 부정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대다수 병원이 전공의의 근무 단축으로 발생한 진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새로운 의사를 채용하기보다 기존 인력의 당직 투입과 근무 조정에 의존하면서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근무시간 단축으로 전공의들의 임상 역량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지도전문의들이 4.38점의 높은 점수로 위기감을 나타냈다.
대한의학회는 이번 평가 기간과 상황상 명확한 결론을 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수련 관점에서 시간 단축이 문제가 없는지를 평가해야 하는데, 평가 시작 자체가 의정 갈등 상황에서 이루어졌고 평가 기간도 너무 짧았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정량적으로 어떤 결과를 내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다”며 “앞으로 추가 연구가 있어야 하고, 장기간을 두고 평가해야 정확한 내용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전문의에게 필요한 역량은 최소 요건이며, 실제 진료에선 경험과 숙련도가 함께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부회장은 “의료는 이론적인 영역만이 아니기 때문에 전문의가 된 지 오래된 사람들도 처음 보는 케이스가 있을 수 있다”며 “훌륭한 전문의가 되려면 경험이라는 것이 따라와야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가 동시에 고려돼야 한다”고 짚었다.
오승준 부회장도 같은 맥락에서 수련시간 단축 논의의 한계를 지적했다. 오 부회장은 “역량을 갖추기 위해 더 강력히 배우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주당 60시간으로 내과 3년을 수련하면 1만 시간이 안 된다”고 했다. 미국은 주당 80시간으로 내과 3년을 수련하면 1만2000시간 정도이고, 일본도 1만2000시간 조금 안 되는 수준이다.
오 부회장은 “가르치는 사람 입장에선 ‘정말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할 줄 아느냐와 잘하느냐는 굉장히 다른 문제다. 그래서 수련교육원이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일이 굉장히 많다”고 했다.
지역의사제 ‘디테일’ 부족…“지역별 교육·수련 설계 필요”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관련해선 전체 의사 수만 논의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회장은 “의사 정원에 관련된 부분만 다뤄진 데 대해 여러 가지 아쉬운 점이 많다”며 “지역별·전공과별로 의사가 얼마나 필요한지에 따라 의대 정원과 지역에 필요한 의사 수를 조절해나가는 합리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역의사제에 대해선 선발 이후의 교육·수련 설계가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단순히 지역의사 학생을 선발한 뒤 일반 의대생과 동일한 교육만 제공해선 제도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뽑아놓고 동일한 교육만 시켜 지역의사라고 내보냈을 때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냐”며 “기본적인 의사의 소양은 분명히 가르쳐야 하고, 지역의사로 일하게 될 때 필요한 소양을 증진시키는 부분을 어떻게 교육하고 평가할지에 대한 내용이 추가돼야 한다”고 밝혔다.
지역의사제가 구체적으로 지역별·전공과별 수요와 어떻게 연결될지는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이 회장은 “지역별 디테일은 운영 과정에서 수정하고 추가될 부분”이라며 “지역에 어떤 과가 더 필요한지에 대한 추계가 먼저 나와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의사들이 나왔을 때 어느 전공과에 정원을 더 줄 것인지 등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는 대한의학회는 오는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플렌티컨벤션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올해 슬로건은 ‘소통과 공감, 새로운 60년을 열다’로, 지역·필수의료 등 주요 의료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