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예산 분절된 병원학교…어디도 책임지지 않는다 [아픈 아이들의 교실③]

책임·예산 분절된 병원학교…어디도 책임지지 않는다 [아픈 아이들의 교실③]

기사승인 2026-07-15 06:00:06
쿠키뉴스 자료사진.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쿠키뉴스 자료사진.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병원학교는 의료기관 안에 설치돼 있으면서 시·도교육청이 운영을 담당하는 이중 구조다. 학생의 이동과 돌봄, 심리적 어려움, 보호자의 소진과 형제자매 문제는 복지 영역과 맞닿아 있다. 아픈 아이들의 빠른 사회 복귀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의료·교육·복지가 맞물려야 하지만 정작 세 영역을 통합적으로 조정하는 체계는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교육계에 따르면 병원학교는 병원 안에 있지만, 병원 소속 정식 기관은 아니다. 인근 학교나 교육청에서 교사를 파견하고 교육행정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박미림 국립암센터 소아청소년암센터장은 “병원학교에 근무하는 분들은 교사이고, 병원은 학교 운영 자체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며 “의료적인 부분은 병원이 지원하지만, 학교 소속 교사가 병원으로 파견돼 근무하는 구조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의료와 교육의 역할이 나뉘어 있다는 사실 자체보다 두 영역을 연결하는 책임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데 있다. 예컨대 병원학교의 에어컨이 고장 난 경우 병원학교 공간은 병원 안에 있지만, 교육청 운영 시설이기 때문에 병원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 수리 요청을 어디에 해야 하는지, 비용은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를 두고도 혼선이 생길 수 있다.

병원학교 교사도 기관 간 조정의 어려움을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다. 교육청에서 학생 지원 관련 공문이 오더라도 각 기관 담당자가 병원학교의 위탁 운영 구조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 교사가 병원과 원적학교, 교육청 사이에서 제도를 설명하고 중재하는 일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국립암센터 병원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정미실 일산 풍산초등학교 교사는 “때로는 교육청 담당자가 답변해야 할 행정적인 내용까지 병원학교 교사가 설명해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며 “병원학교 업무를 어느 기관과 담당 부서가 실질적으로 맡는지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병원에 떠넘겨진 부담

아픈 아이들의 학습권을 지키는 병원학교는 불안정한 재정구조 속에서 운영되고 있다. 시·도교육청이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지원 규모가 지역마다 다르다. 예산 용도도 교재와 수업 재료 구매 등에 한정돼 있다.

6월4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병원 어린이꿈교실에서 한 소아암 환아가 수업을 받고 있다. 남동균 기자
6월4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병원 어린이꿈교실에서 한 소아암 환아가 수업을 받고 있다. 남동균 기자
병원학교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공간 비용과 행정·지원 인력의 인건비는 대부분 의료기관이 부담한다. 병원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후원금이나 자원봉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병원학교가 공적 교육제도임에도 운영 기반은 개별 병원의 의지와 재정 여건에 맡겨져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병원과 교육청의 서로 다른 예산·행정체계도 병원학교 운영의 어려움을 키운다. 이영준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병원의 회계연도와 교육청의 예산 집행 시기가 달라 운영비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청 예산이 3월부터 12월을 기준으로 교부되면서 1~2월에는 병원학교가 자체 기부금 등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병원은 병원학교를 설치·운영하는 데 상당한 부담을 안는다. 고대안암병원 병원학교는 소아청소년과 병동의 병실 하나를 통째로 비워 마련됐다. 해당 공간을 일반 병실로 사용하면 환자 4~5명을 입원시킬 수 있지만, 병원학교에선 직접적인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실제 공간과 비용 문제는 병원학교의 존립을 위협해 왔다. 한양대병원은 지난 2018년 병원 내부의 공간 부족과 소아 환자 감소,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병원학교 운영 중단을 발표했다. 시민사회의 반발로 폐교 방침은 철회됐지만, 기존 약 13평이었던 교실은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다. 국내 최초의 병원학교인 서울대병원 병원학교도 6인실 병실 정도의 공간을 교실로 사용하며 병원이 부담하는 손실은 연간 약 3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교수는 “소아청소년과 자체가 수익을 많이 내기 어려운 진료과이고, 병원학교 역시 수익을 위한 시설이 아니다”라며 돈만 생각하면 병원이 자발적으로 병원학교를 운영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병원학교는 수익성과 관계없이 아픈 아이들을 위해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공적 시설’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영준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6월4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남동균 기자
이영준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6월4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남동균 기자
이 교수는 “병원은 병원학교를 운영하기 위해 병실을 포기하는 것뿐 아니라 병원 직원과 의료사회복지사 등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며 “좋은 병원이라면 건강장애학생을 위한 병원학교를 필수 시설로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를 보건복지부도 인정하고 병원 평가나 의료기관 인증 과정에서 병원학교 운영에 가점을 부여하는 등 공적 지원과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부·지자체·기관 역할 조정돼야”

병원학교가 공적 제도로 자리 잡으려면 교육청에만 책임을 맡기거나 병원의 자발성에만 의존해서는 어렵다. 교육부와 복지부,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의료기관과 지역사회 복지기관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이를 조정할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병원학교가 시혜적인 서비스가 아니라 아픈 아이의 교육권과 돌봄권, 사회복귀권을 보장하는 제도가 되기 위해선 기관 사이의 경계를 넘어서는 공적 책임부터 분명해져야 한다고 짚었다. 병원학교 설치·운영과 환자·가족 지원 근거를 교육 관련 법령뿐 아니라 의료 관련 제도에도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병원학교는 단순히 아픈 아이들에게 수업을 제공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적절한 치료와 더불어 그들이 가진 어려움에 대해 접근하며 교육을 제공하고, 학교와 가정에 잘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의료·교육·복지가 결합한 통합모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아암 치료 성과가 높아지면서 아픈 아이들이 살아가는 시간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가 중요해졌다. 장기 입원과 반복되는 치료를 견디는 동안 아이들의 배움은 멈추고, 학교와 친구들에게서 멀어진다. 병원학교와 원격수업이 교육의 공백을 메우고 있지만, 충분한 학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치료를 마친 뒤 원래 학교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온전한 지원도 없다. 아프다는 이유로 아이가 배움과 미래에서 멀어져서는 안 된다. 아픈 아이들의 투병이 진정한 회복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우리 사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8편에 걸쳐 묻는다. [편집자주]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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