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자력병원 소화기내과 김슬지 과장의 진료실에서도 그런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30대 중반의 한 여성 환자가 건강검진에서 종양표지자(CEA) 수치 이상으로 대장내시경을 시행한 결과 대장암을 진단받았다. 정밀검사 결과 간과 난소, 림프절까지 전이된 4기 대장암으로 확인됐으며 수술은 어려운 상태였다. 의료진은 암의 유전자 특성을 분석해 적합한 항암치료를 선택했고, 약 9개월간의 치료 끝에 종양이 크게 줄었다. 이후 여러 진료과가 다시 검토해 대장의 원발 병변과 간·난소의 전이 병변까지 모두 수술로 제거할 수 있었다. 환자는 현재 재발 없이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과거라면 암의 진행을 늦추는 치료에 머물렀을 사례가 유전자 검사에 기반한 항암치료와 다학제 진료를 거쳐 완치를 목표로 수술까지 이어진 것이다.
과거 대장암 치료는 병기를 중심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여기에 암의 유전자 특성과 전이 위치, 환자의 나이와 전신 상태, 동반질환까지 함께 고려한다. 같은 4기 대장암이라도 어떤 약제를 먼저 사용할지, 언제 수술을 검토할지는 환자마다 달라진다.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의 발전은 그 폭을 한층 넓혔다. 처음에 수술이 어려웠던 환자도 항암치료로 종양을 줄인 뒤 수술이 가능해지고, 특정 유전자 특성을 가진 환자에게는 면역항암제가 효과적인 선택지가 되기도 한다.
수술법도 발전했다. 복강경과 로봇수술의 활용이 확대되면서 절개와 회복 부담이 줄었고, 직장암에서도 항문을 보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넓어졌다.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치료를 접지도 않는다. 90대 직장암 환자가 수술 대신 항암방사선치료를 받아 종양이 현저히 줄어든 사례처럼, 신체 기능과 동반질환, 환자와 가족의 의향을 살펴 현실적인 치료 목표를 정한다. 이런 변화가 이어지면서 대장암 전반의 치료 성적도 함께 올라갔다.
우리나라 대장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75.6%로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며, 특히 암이 대장에만 머물러 있는 초기 단계에서 발견되면 94.9%에 이른다.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가 예후를 좌우한다.
원자력병원은 소화기내과, 외과, 종양내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각 과가 다학제 협진을 통해 함께 환자의 검사 결과와 치료 반응을 검토한다. 진행성 암이나 고령 환자처럼 판단이 복잡한 경우일수록 협진의 역할이 커진다.
환자들은 “인공항문을 평생 유지해야 하나요?”, “항암치료를 견딜 수 있을까요?”, “재발을 막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요?” 같은 질문을 자주 한다. 종양의 위치와 진행 정도를 세밀히 평가해 가능한 경우 항문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치료를 계획하고, 항암치료도 보조치료의 발전으로 부작용을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급성기 치료가 끝난 뒤에도 관리는 이어진다. 병기와 치료 내용에 따라 외래 진료와 CT, 혈액검사, 대장내시경 검사를 계획적으로 진행하며, 가공육과 지나친 붉은 고기는 줄이고 채소·과일·통곡물이 풍부한 식사, 규칙적인 운동, 금연과 절주가 재발 예방의 기본이다.
대장암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치료의 부담이 줄어든다. 점막이나 점막하층에 국한된 초기 대장암은 개복이나 복강경 수술 없이 대장내시경 시술만으로 완치가 가능한 경우가 있고, 암으로 진행할 수 있는 용종도 내시경 검사 중 함께 제거해 대장암 자체를 예방할 수 있다. 그래서 국가암검진 대상자는 증상이 없더라도 정해진 검진을 미루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50세 미만 조기발병 대장암이 늘고 있어 젊다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 혈변, 지속적인 배변 습관 변화, 원인 모를 빈혈이나 체중 감소가 있다면 나이와 관계없이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대장암은 병기 하나로 치료 가능성을 단정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다. 조기에 발견하면 내시경이나 수술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고, 진행된 암이라도 정밀검사에 기반한 항암치료와 다학제 진료를 통해 수술 가능성을 다시 찾아볼 수 있다. 대장암 치료의 목표는 암을 없애는 데만 머물지 않는다. 환자가 치료 이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까지가 치료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