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복지부는 22일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지역완결형 의료체계 구축을 목표로 지역의사제 도입, 의료전달체계 개편, 지역수가 신설, 공공정책수가 확대, 국립대병원 육성, 공공병원 기능 강화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의료사고 안전망을 강화하고 의료인의 사법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도 함께 추진한다.
정부는 낮은 수가와 과도한 의료분쟁이 지역·필수의료 붕괴를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열린 간담회에서 위험도가 높은 진료를 담당하는 의료인이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의료사고 발생 시 과도한 법적 부담까지 떠안는 구조가 필수의료 기피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는 지역수가를 도입해 분만과 응급수술 등 지역 필수의료 보상을 확대하고, 의료사고심의위원회 신설과 불가항력 의료사고 국가보상 확대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의료인력의 필수의료 기피와 비급여·미용 쏠림 현상을 바꿀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의가 신규 개설한 의원급 의료기관 285곳 가운데 243곳(85.3%)이 피부과를 진료과목으로 신고했다. 이 가운데 피부질환 건강보험 청구 실적이 단 한 건도 없는 기관은 158곳으로 전체의 약 65%를 차지했다.
필수의료 인력 확보를 목표로 한 정부 정책과 달리 의료 현장에서는 여전히 미용시장 쏠림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의료계는 이 같은 현상이 특정 진료과 선호 문제가 아니라 건강보험 수가 체계와 의료환경이 만든 결과라고 보고 있다. 필수의료는 높은 업무 강도와 의료사고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만 보상은 충분하지 않은 반면, 미용 분야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정책 방향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의료계 역시 필수의료 붕괴 원인으로 낮은 수가와 사법리스크를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다. 다만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의료인의 선택을 바꾸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산부인과 의사 A씨는 “필수의료를 살리려면 충분한 수가와 소송 문제가 함께 해결돼야 한다"며 ”지역수가를 신설하고 정책가산을 늘리는 방식은 일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본 수가 정상화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건강보험 수가 자체가 원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역수가나 정책수가를 추가하는 방식만으로는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바꾸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서울에서 의원을 운영하는 개원의 B씨는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본 수가를 그대로 둔 채 정책수가를 계속 붙이는 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필수의료를 선택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낮은 수가와 사법리스크인데 이 두 가지가 해결되지 않으면 피부과 쏠림 같은 현상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법리스크 완화 대책에 대해서도 신중한 시각이 나온다. 정부는 의료사고심의위원회를 신설해 일정 요건을 충족한 의료사고는 기소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의료계는 소송이 빈번한 구조 자체가 개선되지 않으면 의료인의 부담은 크게 달라지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의사 A씨는 “의료사고심의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의미가 있겠지만 또 다른 절차만 추가되는 제도가 될 가능성도 있다"며 ”결국 필수의료를 살리려면 수가를 원가 이상으로 정상화하고 의료인이 과도한 소송 부담 없이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우선"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