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독감 백신을 접종한 뒤 사망한 사례가 잇따라 발생해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21일 대구 동구에 거주하는 78세 남성이 국가조달 무료로 백신을 접종받고 사망했다. 남성은 지난 20일 정오 관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백신을 접종받고, 같은날 오후 1시30분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가 21일 0시5분 숨졌다. 그는 평소 파킨슨병, 만성 폐쇄성폐질환, 부정맥 심방세동 등의 기저질환을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성은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한 다섯 번째 사례다. 앞서 인천, 전북 고창, 대전, 제주에서도 사망자가 보고됐다.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례가 최초로 보고된 지역은 인천이다. 인천에서는 지난 14일 관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독감 백신을 접종받은 17세 고등학생이 이틀 뒤인 16일 오전 사망했다. 사망한 학생은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으로, 알레르기 비염 외에 특이한 기저질환은 없었다. 접종 전후로 특별한 증상도 나타나지 않았다.
남학생이 접종받은 백신은 신성약품에서 유통한 국가 조달 무료 백신이지만, 회수 대상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신성약품은 유통 과정 중 일부 백신을 상온에 노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가 유통한 백신 가운데 48만 도즈가 회수조치 됐다.
이후 전북 고창에서 두 번째 사례가 보고됐다. 지난 19일 오전 관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독감 백신을 접종한 78세 여성이 이튿날 오전 7시 숨진 채 발견됐다. 여성은 평소 고혈압과 당뇨를 비롯한 기저질환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한 여성이 접종받은 백신은 보령바이오파마의 ‘보령플루Ⅷ테트라백신주’로, 유통 과정과 품질에 문제가 없는 제품이었다.
세 번째 사례는 대전에서 나왔다. 지난 20일 독감 백신을 맞은 80대 남성이 사망했다. 이 남성은 이날 오전 10시 관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독감 백신을 접종받았고, 오후 2시 쓰러진 채 발견됐다. 발견 직후 남성은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한 시간이 지난 오후 3시 숨졌다. 남성은 평소 기저질환이 없는 건강한 상태였으며, 백신 접종 전후 이상반응도 없었다.
이 남성이 접종받은 백신은 한국백신의 ‘코박스인플루4가PF주’다. 이는 지난 9일 백신 내에서 백색 입자가 관찰돼 회사에서 자진 회수한 제품이다. 다만, 남성이 맞은 백신은 회수 대상 제품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고창 사례와 마찬가지로 상온에 노출된 백신도 아니다.
네 번째 사례는 제주도에서 보고됐다. 21일 제주도에 거주하는 68세 남성이 독감 백신을 접종받은 후 사망했다. 남성은 지난 19일 오전 9시 민간 의료기관에서 국가 조달 무료 독감 백신을 접종받고 이날 새벽 1시 숨졌다. 그는 평소 고혈압을 비롯한 기저질환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이 남성이 접종받은 백신의 정확한 제품명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통 과정과 품질에는 문제가 없는 제품으로 확인됐다.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가 이어지자 백신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사망 인터넷상에서는 ‘예년에는 독감 백신 사망 사례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아는데, (올해는) 왜 이러냐’, ‘고민하다가 접종했는데 너무 후회된다’ 등의 의견이 공유됐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지 말라’는 지적도 나왔다. 사망자들 대부분이 고령이며,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다. 명확한 사망 원인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백신의 영향에 대해 속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올해 질병관리청에 신고된 독감 백신 이상반응은 지난 19일 기준 총 353건이다. 이 가운데 국가 조달 무료 백신은 229건, 유료 백신은 124건이다. 이 중 회수조치가 결정된 백신을 맞고 이상반응을 신고한 사례는 80건(22.7%)이었다.
증상은 알레르기가 99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접종한 부위가 부풀어 오르는 등 국소 반응 98건, 발열 79건, 기타 69건 순이었다. 질병관리청은 이상반응과 백신의 인과관계가 있는지 조사 중이다.
국내에서 독감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상반응으로 피해 보상이 인정된 사례는 드물다. 지난 2009년 독감 백신 접종 후 밀러-피셔 증후군 진단을 받은 뒤, 이듬해 2월 사망한 65세 여성이 유일하다. 밀러-피셔 증후군은 독감 백신 부작용으로 알려진 희귀 말초신경병증으로, 근육 마비나 운동능력 상실을 수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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