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암 사망 원인 1위인 폐암 가운데서도 소세포폐암은 가장 예후가 나쁜 암종으로 꼽힌다. 암세포의 증식과 전이 속도가 빠른 데다, 진단 시점에 이미 수술이 어려운 확장기 단계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환자들은 빠른 치료 결정이 필요하지만, 실제 의료현장에선 약제 접근성과 비용 부담이 또 다른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폐암은 암세포의 크기와 형태에 따라 소세포폐암과 비소세포폐암으로 나뉜다. 그 중 소세포폐암은 전체 폐암 환자 중 약 10~15%로 환자 수가 적지만, 질환의 진행 속도와 치명성이 높은 암종이다. 중앙암등록본부 통계를 보면 지난 2022년 신규 폐암 환자 중 소세포폐암 환자 비율은 약 10%였다.
소세포폐암은 진단 당시 60~70%의 환자가 이미 전이 단계인 확장기 소세포폐암으로 확인된다. 치료하지 않을 경우 확장기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은 1.5~4개월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자가 병원을 찾았을 때 이미 림프관 또는 혈관을 통해 다른 장기나 반대편 폐 등으로 전이된 경우가 많다. 특히 소세포폐암 환자의 10%가량은 뇌 전이를 동반한다.
확장기 환자는 처음부터 수술보다 약물치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암세포의 성장 속도가 빠르고, 전신으로 퍼져 나가는 특성상 수술적 절제가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선택 가능한 치료 옵션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비소세포폐암은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를 중심으로 치료 옵션이 크게 확대된 반면 소세포폐암은 지난 30여년 간 제한된 세포독성항암제 치료에 머물러 있다. 최근 일부 면역항암제가 도입됐지만, 주로 1차 치료 단계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치료하지 않은 소세포폐암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은 6~17주에 불과하다. 현재로선 환자가 2년 이상 살 수 있는 가능성은 30%에 불과하며 5년 이내에 약 90%가 사망한다. 재발 위험도 높다. 전이성 소세포폐암 환자의 약 90%는 치료 2년 이내 재발을 겪는 것으로 보고된다.
재발 이후 환자들은 더 나빠진 전신 상태에서 다시 제한된 치료 선택지에 의존해야 한다. 치료 차수가 높아질수록 환자 부담은 커진다. 3차 이상 치료 단계에 이르면 사실상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은 항암화학요법 반복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항암치료 후 6개월 이내 재발한 불응성·저항성 환자의 경우 기존 항암화학요법에 반응을 보이는 비율은 10%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항암치료로 인한 신체적 부담은 누적되지만, 기대할 수 있는 치료 효과는 제한적인 셈이다. 환자들이 느끼는 신체적·정신적 고통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치료 방법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정보도 제한적이다. 한국폐암환우협회가 최근 실제 환우들의 경험을 담은 사례모음집을 발간한 이유다. 이 사례집에는 진단 과정에서의 어려움, 치료 과정의 신체적·정서적 부담, 비급여 치료비 장벽 등 환자와 보호자가 겪는 현실이 담겼다.

독한 항암 치료에 몸과 삶은 무너졌다. 확장기 환자인 김민재(40대·가명)씨는 “세포독성항암 치료로 여러 가지 부작용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구역감과 마비 증상, 인지·운동 기능 저하, 그리고 가장 괴로웠던 증상은 구역감이었다”며 “몸에서 모든 음식을 거부하는데도 억지로 먹어야만 한다는 것이 가장 큰 고통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뇌 전이 이후에는 인지 기능과 운동 능력이 크게 저하됐다”면서 “두세 시간만 움직여도 극심한 피로감과 무력감이 몰려왔다. 상태가 악화되자 배변 활동까지 스스로 하기 어려운 상태가 됐다”고 했다.
선택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상황은 벽에 가로막힌 느낌이었다. 확장기 환자 보호자인 박지연(50대·가명)씨는 “담당 교수로부터 소세포폐암 확장병기의 치료는 표준항암치료 4회와 면역항암치료 4회로 정해져 있고, 치료 방식도 어느 병원에 가도 다르지 않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치료 효과가 안 나타나거나 내성이 생기면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 절망스러웠다”고 토로했다.
다만 최근 소세포폐암 치료 공백을 보완할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가 등장하며 변화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암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방식의 치료제가 임상 연구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보이면서다. 대표적으로 이중항체 신약 ‘임델트라’(성분명 탈라타맙)는 확장기 소세포폐암 3차 이상 환자 대상 임상에서 40%의 치료 반응률과 14.3개월의 전체생존기간을 기록했다. 기존 항암화학요법 치료 시 평균 생존기간과 비교해 개선된 결과를 보이면서 치료 선택지가 부족했던 소세포폐암 영역의 새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신약의 임상적 유용성이 실제 환자 접근성으로 이어지기까지는 과제가 남아 있다. 생존기간 개선 가능성이 확인됐음에도 급여 기준 논의가 지연되면서 환자들은 고가의 비급여 치료를 감당하거나, 효과가 제한적인 기존 항암화학요법에 머물 수밖에 없다.
박지숙(60대·가명)씨는 “우리 딸은 ‘엄마 보험 안 되는 약이라도 치료 계속 받아’라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자식에게 부담을 주면서까지 치료받고 싶지는 않다”며 “만약에 보험이 안 된다고 하면 치료를 그만두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최근 신약 도입으로 가능성이 열린 만큼, 치료 환경이 개선되길 바라는 마음이 모인다. 조정일 한국폐암환우협회장은 “소세포폐암은 환자 수가 많은 암종과 비교해 치료제가 매우 한정적이고, 기대할 수 있는 신약 개발 소식도 많지 않아 오랫동안 제도적 관심과 논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며 “암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현실인 만큼, 특정 암종이 제도적으로 소외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신약 도입으로 제도적 변화 가능성이 열린 만큼, 환자 사례집이 소세포폐암 치료 현실을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