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비의료인 문신 시술, 무면허 의료행위 아냐”…34년만 판례 변경

대법 “비의료인 문신 시술, 무면허 의료행위 아냐”…34년만 판례 변경

“문신, 일반인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문화”
내년 10월 ‘문신사법’ 시행…“의학적 지식·경험 꼭 필요치 않아”

기사승인 2026-05-21 17:59:02
법원. 쿠키뉴스 자료사진
법원. 쿠키뉴스 자료사진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지난 1992년 대법원이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본 이후 34년 만에 기존 판례가 바뀐 것이다. 내년 10월 ‘문신사법’ 시행을 앞두고 법과 현실의 괴리를 해소하는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각각 기소된 박모씨와 백모씨 사건 상고심에서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통상적인 문신 시술을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문신행위는 전문적인 의학지식을 갖춘 의료인이 등장하기 전부터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며 “통상적인 서화문신, 이른바 레터링 문신이나 미용문신은 대부분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와 직접적 관련 없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문신 시술의 성격도 의료보다는 심미적 영역에 가깝다고 봤다. 대법원은 “문신시술은 문신과 관련된 미적인 지식과 기능, 경험 등이 요구되는 영역”이라며 “반드시 의료인에 버금가는 의학적 전문지식과 경험이 있어야만 성공적인 문신시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1992년 5월 눈썹 문신 시술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판단했다. 이후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은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돼 왔다. 그러나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로 34년간 유지돼 온 ‘문신=의료행위’ 판단이 변경됐다.

대법원은 사회적 인식과 시술 환경 변화도 판례 변경의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은 “1992년 판단 이후 기술 발전과 환경 변화로 의료서비스 수요자의 의료접근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며 “문신 시술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은 보건위생상 위해 등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자기 신체를 통해 개성을 발현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문신 시술을 받을지 스스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했다.

문신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점도 언급했다. 대법원은 “문신은 더 이상 일부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반인이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문화로 자리 잡았고, 다양한 사회·문화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짚었다.

이번 사건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던 박씨는 지난 2020년 1월부터 12월까지 두피 문신 시술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백씨는 2019년 5월 패션잡화 판매점에서 레터링 문신을 시술한 혐의를 받았다. 1·2심은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라 두 사람에게 각각 벌금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문신사법 시행 전이라도 현행 의료법만으로 통상적인 문신 시술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지난해 9월 국회를 통과한 문신사법은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제도권 안에서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내년 10월 말 시행될 예정이다.

다만 대법원은 문신 시술에 대한 모든 규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대법원은 “문신사법 등 시행 전이라도 형법이나 공중위생관리법 등 관련 법령이 정한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이에 따른 형사처벌 가능성이나 국민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규제 도입 가능성을 전면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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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