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호법 시행으로 진료지원 업무를 맡는 전담간호사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왔지만, 업무 범위와 교육 기준을 둘러싼 현장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 당초 6월 중으로 예상됐던 세부 교육안 마련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간호계의 우려가 커진다.
27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6월21일부터 간호 현장에 새바람을 예고한 간호법이 시행됐지만, 정작 실무를 뒷받침할 교육 방안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혼선이 커지고 있다. 간호사의 전문성과 근무환경을 법적으로 보호하고, 간호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우여곡절 끝에 간호법이 시행됐지만, 정작 의료 현장에서 법 시행 1년 가까이 병원별 관행에 따라 전담간호사의 업무와 교육이 이뤄지는 상황이다.
진료지원 간호사의 업무범위는 △환자평가 및 기록·처방 지원 △시술 및 처치 지원 △수술 지원 및 체외순환 등 3개 항목으로, 세부행위 목록은 43개 행위로 규정됐다. 진료지원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전담간호사는 3년 이상의 임상경력을 갖추고,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내용에 따라 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했다. 간호사가 기록·처방 지원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의사가 최종 확인하도록 했다.
문제는 진료지원 업무에 필요한 교육 과정이다. 교육을 얼마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명확히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교육 과정의 내용을 이론·실기·현장실습으로 구성하되 분야별 이수과목과 시간 등 세부 사항은 전문가 논의를 거쳐 복지부 장관이 별도 고시로 정하도록 했는데, 이 부분이 1년이 다 돼가도록 공백인 상태다.
전담간호사 교육 체계를 두고 간호계와 정부의 입장도 엇갈린다. 대한간호협회(간협)는 공통 이론·실기 120시간, 분야별 이론·실기 80시간, 현장실습 200시간 등 총 400시간의 교육 과정을 제안하고 있다. 또 중환자·응급, 내과, 수술, 재택 등 11개 분야에 대한 자격 고시안을 공개해 분야별 자격시험 도입과 체계적 관리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병원계에선 이보다 더 짧은 교육 시간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정 갈등 사태로 폭발적으로 늘어난 전담간호사 관리·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지난 2024년 2월 의정 갈등 여파로 전공의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전담간호사 채용이 늘었다. 간협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사태 촉발 이후 전담간호사 수는 61.8% 급증했다.
적정 의료기관에서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의료기관 내 진료지원 업무 운영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한 운영위원회를 설치·운영하도록 했지만, 진료지원 업무 수행 의료기관 인증은 유예된 상태다. 의료기관이 인증을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현장에서 가장 답답해하는 부분은 모호한 업무 범위다. 오선영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은 “애초에 이 제도가 시작될 때부터 간호사들이 교육이나 훈련 없이 바로 현장에 투입되는 문제가 지적돼 왔다”며 “의정 갈등 때부터 업무를 하고 있는 전담간호사들은 이미 어느 정도 할 수 있더라도 신입 간호사들은 얘기가 다르다”라고 짚었다.
전공의 수련교육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앞으로 전담간호사들의 역할도 덩달아 커질 수밖에 없다. 오 정책국장은 “의정 갈등 이후 전공의들이 돌아와도 전담간호사 수는 줄어들지 않았다. 현재 전공의들이 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업무들을 떠안기도 한다”면서 “정부가 전공의들을 수련에 더 매진시키겠다는 방향을 명확히 하고 있는 만큼 전담간호사들의 업무는 줄어들지 않을 테고, 그럴수록 명확한 교육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담간호사 지침 마련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간호계는 복지부의 발표를 기다려보겠단 입장이다. 간협 관계자는 “그동안 병원 현장에서 선임 간호사가 후배 간호사에게 업무를 가르치는 방식으로 진료지원 업무가 운영돼 왔지만, 간호법 제정 이후 해당 업무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온 만큼 더 이상 관행에 맡겨선 안 된다”며 “진료지원 업무는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업무이므로 체계적인 교육과 자격관리 기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협회는 그동안 일본 등 해외 사례를 검토하고, 전공의 이탈 당시 전담간호사들의 교육을 대신 수행하면서 얻은 경험과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현실에 맞는 교육체계를 제안해 왔다”면서 “간호법 핵심 쟁점이 조만간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정리가 마무리되면 교육 체계, 처우 개선 등 간호법 제정의 배경이 됐던 문제들을 순차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정부는 단체 간 협의와 입법예고 절차가 남아 있다며 가능한 한 빨리 교육 시간과 세부 내용 등을 담은 고시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간호정책과 관계자는 “시행규칙은 거의 막바지 단계로, 조만간 개정될 것으로 본다”며 “다만 교육 시간은 단순히 양측 주장 사이의 중간값으로 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근거와 형평성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해 논의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쟁점이 없는 것들은 시행규칙이 나간 뒤 입법예고 일정에 맞춰 빠르게 진행될 수 있지만, 쟁점이 있는 부분은 시간이 조금 걸릴 수 있다”라며 “시행규칙 시행에 맞춰 관련 고시도 최대한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