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자단체와 제약바이오업계는 2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2026 쿠키뉴스 건강포럼’에서 이번 약가 제도 개편안과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제도 논의 과정에서 환자와 업계의 의견을 반영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포럼은 ‘신약 접근성 확대와 제약 혁신의 균형: 환자 보장성 강화 방향’을 주제로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고, 쿠키뉴스·쿠키건강TV가 주관했다.
“국내 제약사 개발 신약, 우대 방안 논의돼야”
박선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보험정책실장은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제도 보완 과정에서 국내 제약사들이 개발한 신약에 대한 우대 방안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개편안에는 혁신형·준혁신형 기업이 개발한 제네릭(복제약)에 대한 약가 우대 방안은 포함돼 있지만, 신약에 대한 우대 방안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실제로 보상받는 행위는 아이러니하게도 제네릭 개발뿐”이라는 것이다.

박 실장은 기등재 약가 인하가 추진될 경우 전반적인 약가 수준이 낮아지고, 이는 국내 제약사들이 개발한 신약의 출시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체 약제와 비슷한 수준에서 약값이 결정되는 대부분의 만성질환 약제에 대해선 별도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53.55% 수준이었던 제네릭 가격을 45% 수준으로 조정하는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올 하반기부터 시행되며 총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약가가 인하된다. 제네릭 약가 산정률이 45%가 되면 제네릭 약가는 기존보다 16% 낮아진다. 복제약 약가 조정은 2012년 이후 14년 만이다.
박 실장은 퇴장방지의약품과 필수의약품에 대한 제도 보완도 주문했다. 이번 약가 제도 개편안에는 퇴장방지의약품에 정책 가산 10%를 부여하는 방안이 담겼지만, 실제 내용은 현재 약가의 10%가 아니라 적정 이윤의 10%를 산정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실제 가격에 반영되는 금액이 지나치게 낮아 공급 안정화라는 제도 본래 취지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박 실장은 “퇴장방지의약품 제도가 저가 필수의약품의 시장 이탈을 막고 안정적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만큼, 정책 가산이 형식적 수준에 머물러선 안 된다”라며 “업체가 공급을 유지할 경제적 요인을 갖도록 하려면 적정 이윤의 10%가 아니라 현재 약가의 10% 또는 그 이상의 실질적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원료 직접 생산 시 약가 우대 방안은 국내 원료의약품 산업 기반 강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제도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선 국내 제약사의 산업 구조를 반영해야 한다고 짚었다. 국내 제약사 가운데 상당수는 생산 효율성과 전문성 확보를 위해 원료 합성 및 생산 기능을 계열사나 자회사 형태로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은 자사 직접 생산만을 우대 요건으로 인정하고 있어 자회사나 계열사에서 생산한 원료를 사용하는 경우 사실상 혜택에서 배제된다고 지적했다.
박 실장은 “결국 국내 제약사들이 혁신 신약을 개발하고 필수의약품과 퇴장방지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환자의 치료 보장성을 강화하고, 좋은 약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라고 피력했다.
“신약 접근성 격차, 국가 경쟁력과 연결”
최인화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전무는 “신약은 단순히 치료제가 하나 더 추가되는 것이 아니라, 환자에게 희망이자 미래이며 더 나은 삶을 기대할 수 있는 기회”라며 특히 중증질환 환자에게 신약 접근성과 보장성 강화는 생존의 시간과 직결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최 전무는 “국내와 선진국 사이의 신약 접근성 격차는 결국 중증·희귀질환 환자를 포함한 모든 환자의 치료 기회 격차로 이어진다”며 “이는 환자의 생존 문제이자 국가 경쟁력과도 연결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행 평가 방식의 전환과 재정 운영 체계의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현행 ICER(점증적 비용효과비) 기반의 획일적인 평가 방식이 희귀질환 신약을 포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최 전무는 “일부 ICER 값 상향 조정만으로는 해외에서 계속 등장하는 고가 혁신 신약을 국내 환자에게 제공하기 어렵다”며 “환자들이 해당 치료제를 ‘그림의 떡’처럼 바라보는 상황이 지속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히 제네릭이나 특허 만료 의약품 약가를 조정해 절감한 재원을 신약에 활용하는 수준으로 충분한지 살펴봐야 한다”면서 “한정된 재정을 중증도가 높고 혁신적이며 미충족 의료 수요가 큰 치료제에 투입하려면 재정 운영 방식 자체를 더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희귀질환 치료제 허가율·급여율 10% 그쳐”
정진향 한국희귀·난치질환연합회 사무총장은 “환자의 시간은 제도보다 더 빠르게 움직인다”면서 지금까지 의료적·복지적 측면에서 소외받아온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들이 덜 아프고 행복한 일상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사무총장은 “치료제가 있는 5%조차 접근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최하위 수준”이라며 “우리나라에서 암 치료제의 허가율과 급여율은 30%가 넘지만, 희귀질환 치료제의 허가율과 급여율은 10%대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치료제 접근성 강화, 개선, 향상, 보장을 반복해서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현실이 그만큼 열악하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이런 자리에 계속 참석하게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지만, 언젠가는 치료제 접근성의 성과를 말하고 환자들의 치료 성공 사례를 듣는 자리에서 만나고 싶다는 희망을 놓지 않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동안 묶여 있던 치료제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짚었다. 허가는 됐지만 급여가 되지 않은 치료제, 급여는 됐지만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사용하지 못하는 치료제부터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저인산혈증’처럼 소아는 가능하지만 성인이라는 이유로 나이 제한에 걸려 치료제를 못 쓰는 사례, 재발을 2회 이상 해야 하거나 1년에 응급실을 2회 이상 가야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시신경척수염’, 급여 기준이 까다로워 치료제 접근성이 극히 낮은 ‘중증근무력증’ 등 희귀질환 환자들이 올해 안에는 치료를 시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종합적 재정 관리 고려한 약가 제도 시행”
정부는 이번 약가 제도 개선 방안에서 아직 논의와 검토가 진행 중인 사안이 적지 않은 만큼, 제약업계와 환자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다.

특히 약품비를 단순 총액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지출 증가 요인을 다각도로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형·비혁신형 기업 관점, 약제 관점, 경증·중증 질환 관점 등 다양한 기준에서 증가분과 원인을 평가하고, 이를 국민건강종합계획이나 중장기 제도 개선에 반영하는 선순환 피드백 체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부장은 “한정된 재원의 분담과 급여 우선순위에 대한 많은 고찰이 필요하다”면서 “중증질환 재정 지원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배제하지 않는 사회적 합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평가부장은 희귀질환 치료제의 신속한 허가·급여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사후평가 역시 허투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희귀질환 특성상 근거 생성이 어렵기 때문에 치료제 등재 후 사후평가를 통해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 평가를 완료하고, 급여 적정성이 인정되는 약을 환자에게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국내 원료 직접 생산과 자회사 인정 문제에 대해선 계속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부장은 “과거에는 원료 직접 생산과 관련해 자회사 생산을 인정한 사례도 있었다”며 “다만 여러 문제점이 발생하면서 자회사가 아닌 직접 생산 중심으로 바뀌었다가 이번 개편 과정에서 다시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