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7년도 요양급여비용(수가) 협상에서 의원급 협상단이 또다시 협상장을 떠났다. 최근 10년간 7번째 협상 결렬이다. 같은 기간 병원급은 2차례 정도 결렬에 그쳤고 치과·한의원·약국·조산원은 대부분 협상을 타결했다. 의원급에서만 유독 협상 결렬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매년 반복되고 있는 의원급 수가협상단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줄다리기 끝 파행을 두고 의료계는 단순한 인상률 문제가 아닌 현행 수가결정 구조에서 찾고 있다. 정부가 충분한 설명 없이 재정 규모를 사실상 정한 상태에서 협상이 진행되다 보니 의원급이 수용하기 어려운 결과가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의료계가 지적하는 핵심은 추가 소요 재정(밴드)이다. 밴드는 수가협상 과정에서 각 유형에 배분할 수 있는 전체 재원을 의미한다. 올해 밴드 규모는 약 9000억원으로 지난해 1조3900억원보다 약 4900억원 줄었다. 의료계는 의원급과 병원급처럼 규모가 큰 유형은 밴드가 줄어들 경우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인상률 확보가 더욱 어려워진다고 주장한다.
실제 올해 의원급은 건보공단이 제시한 1.6% 인상률을 거부하며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반면 병원급은 같은 1.6% 인상률에 협상을 타결했다.
의료계는 같은 인상률에도 의원급과 병원급의 반응이 달랐던 배경으로 수익 구조 차이를 꼽는다. 의원급 의료기관은 건강보험 수가 의존도가 높지만, 병원급은 검사와 비급여 등 상대적으로 다양한 수익원을 확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전 회장은 “의원급 의료기관, 특히 필수의료를 전문으로 하는 곳들은 수가에 의존해 병원을 운영하는 구조"라며 ”인건비와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수가 인상률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의료기관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또 “수가가 낮아질수록 지역에서 필수 의료를 담당할 의료기관이 줄어든다”며 “매번 지역·필수의료를 살릴 해결책으로 수가 현실화가 들어있지만 외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수가협상이 사실상 정해진 틀 안에서 진행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 전 회장은 “재정운영위원회가 정한 밴드 안에서 협상을 진행하다 보니 결국 공급자 단체끼리 정해진 재원을 나눠 갖는 방식이 된다"며 ”공급자들이 밤새 협상하더라도 결정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이라고 주장했다.
불투명한 의사결정 구조 역시 문제로 꼽힌다. 의료계에 따르면 공급자 단체들은 협상 초기 단계에서 전체 밴드 규모를 알 수 없고 협상이 진행되면서 제시되는 수치를 통해 재정 규모를 추정하는 방식으로 협상에 참여한다.
2027년도 의원급 수가협상단장을 맡은 박근태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도 “이번 밴드 규모는 역대 최저 수준에 가깝다"며 ”1차 의료가 무너져가고 있다고 여러 차례 설명했지만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최소 2%대 인상은 필요하다고 판단했지만 건보공단이 제시한 1.6%는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며 ”이 정도 수치로는 의원급 의료기관이 처한 현실을 반영했다고 보기 어려웠다"고 비판했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최근 입장문을 통해 협상이 성립되기 어려운 구조와 제한적인 재정 규모, 불투명한 의사결정 과정이 반복적으로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수가결정체계 전반에 대한 개혁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가 모든 판을 짜둔 채로 협상장에 나올 거라면 수가 협상을 왜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붕괴되는 1차 의료 현장의 현실을 듣고도 매년 낮은 수준의 인상률이 반복되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이대로 수가 협상 파행이 반복되면 시민들이 쉽게 방문할 수 있는 1차 의료기관들은 대부분 비급여 진료에만 집중하고 소아 진료나 분만 등을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그 부작용은 의료 접근성이 낮은 비수도권 지역에서 가장 먼저 나타날 수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