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되면 치료 끊길까 불안”…신경섬유종증 환자·가족들이 뛴 이유

“18세 되면 치료 끊길까 불안”…신경섬유종증 환자·가족들이 뛴 이유

‘샤인런’ 현장서 만난 신경섬유종증 환자·가족들
“희귀질환, 결국 부모가 가장 잘 알아야 하는 현실”
‘코셀루고’ 소아 급여 적용…성인 환자 접근성 과제
한국아스트라제네카 “환자 접근성 확대 위해 협력”

기사승인 2026-06-05 06:00:05
5월9일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샤인런 마라톤에 참가한 신경섬유종증 환자와 가족들, 한국아스트라제네카 관계자들이 완주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대현 기자
5월9일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샤인런 마라톤에 참가한 신경섬유종증 환자와 가족들, 한국아스트라제네카 관계자들이 완주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대현 기자
신경섬유종증 환자와 가족들이 함께 달렸다. 희귀질환이라는 이름 아래 흩어져 있던 이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같은 질환을 가진 아이들이 친구가 되는 모습을 보며 다시 희망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웃음 뒤에는 여전히 치료 지속 여부에 대한 불안, 정보 부족, 지역 간 의료 격차라는 현실이 놓여 있었다. 치료제 접근성 향상과 질환 인식 개선을 바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열린 ‘샤인런 마라톤(Shine Run)’은 ‘세계 신경섬유종증 인식의 날’인 5월17일을 상징하는 517㎞ 완주를 목표로 진행된 행사다. 참가자들은 3㎞씩 나눠서 뛰었다. 행사에는 신경섬유종증 환자와 가족, 한국아스트라제네카 관계자 등이 함께했다.

이날 오하드 골드버그 한국아스트라제네카 대표도 현장을 찾아 환자·가족들과 함께 뛰며 질환 인식 개선의 의미를 나눴다. 골드버그 대표는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신경섬유종증 인식 개선을 위한 참여형 행사에 처음 함께하게 돼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질환 인식 개선을 위해 진심을 다해 힘을 보태고 있는 많은 분들을 현장에서 직접 보며 큰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코셀루고’ 성인 치료 중단 사례도

신경섬유종증은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신경계, 뼈, 피부에 발육 이상을 초래하는 희귀질환이다. 가장 흔히 발생하는 신경섬유종증 1형의 경우 일반적으로 10세 이전에 진단된다. 약 50%는 유전으로 나타나며,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증상이 악화되는 진행성 질환이다.

신경섬유종증 1형 환자의 20~50%에서 나타나는 총상신경섬유종(PN)은 얼굴, 척추 주위, 장기 등 모든 신체 부위에서 발생한다. 신체 성장에 따라 병변도 계속 커져 수술을 진행해도 재발 위험이 높다. 종양이 커질수록 신체 기형이나 시력, 청력, 인지 능력의 손상을 유발하며, 척추측만증, 내장 기능 저하, 심각한 통증 등의 합병증을 동반해 생명을 위협한다. 특히 PN은 신경을 따라 발생해 외모 손상과 통증, 장기 압박을 유발할 뿐 아니라 악성으로 변할 가능성도 있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신경섬유종증 환자와 보호자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정보 부족’이다. 질환 자체가 드물다 보니 정확한 정보를 얻기 어렵고, 인터넷이나 환우회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임수현 신경섬유종증환우회 회장은 “현재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이 인터넷에 의존해 정보를 얻고 있는 상황”이라며 “환우회에도 ‘우리 아이가 신경섬유종증인가요’라는 문의가 자주 들어오지만, 저희 역시 의료진은 아니다 보니 명확한 답변을 드릴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임 회장은 자녀의 진단 당시를 떠올리며 “제 아이는 현재 고등학교 3학년인데 처음 병원을 방문했을 때 교수님께서 ‘의사가 세상의 모든 병을 다 알 수는 없기 때문에 희귀질환은 결국 부모가 가장 잘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환우회라는 공동체 안에서 서로 경험과 정보를 나누고 도움을 주고받는 이유다.

치료제 접근성 문제도 환자와 가족들의 절박한 과제다. 현재 신경섬유종증 치료제 ‘코셀루고’(성분명 셀루메티닙)는 소아 환자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성인 환자에 대한 적응증 확대가 이뤄졌을 뿐 급여 적용은 되지 않고 있어 치료 연속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

임 회장은 지난해 건강보험 급여 중단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지난해 소아 시기부터 코셀루고 치료를 받아오던 환자가 성인이 되면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 과정에서 건강보험 급여가 중단된 사례가 있었다”며 “치료를 지속해야 하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치료가 중단되면서 증상이 다시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우회에서도 여러 방면으로 도움을 드리기 위해 노력했고, 담당 교수님께서도 심평원에 여러 차례 정정 문서를 제출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해주셨다”며 “다행히 다시 급여가 적용돼 환자가 치료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충북 청주에 거주하는 한 환아의 어머니는 치료 이후 아이의 삶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환아 어머니는 “아이가 처음 신경섬유종증을 진단받았을 때 왼쪽 팔이 코끼리 다리처럼 커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걱정이 정말 많았다”며 “지금은 코셀루고 치료를 받으며 종양 크기가 많이 줄어 생활이 편해졌다. 다른 환자들도 가능한 빨리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쿠키뉴스 자료사진.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환우회의 바람은 명확했다. 임 회장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현재 치료를 받고 있는 아이들과 보호자들 역시 ‘18세가 되면 치료를 더 이상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경섬유종증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이야기하면서도 동시에 치료 지속 여부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은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너무 가혹하다”고 토로했다.

성인 환자에 대한 급여 확대 필요성도 강조했다. 만 19세 이상이면 진료 의사가 지속 투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객관적 사유가 있고, 투여 소견서를 제출하는 경우에 인정받을 수 있다. 임 회장은 “성인 환자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확대는 조속히 해결돼야 할 문제”라며 “실제로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이 보건복지부와 심평원, 국민신문고 등에 성인 급여 적용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호소하며 절박한 마음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했다.

장벽에 부딪히는 환자들…“서로 연결되고 교류되길”

환자들의 어려움은 치료비 문제에만 머물지 않는다. 어린 환자들은 일상생활과 학교생활에서도 여러 장벽에 부딪힌다. 임 회장은 “신경섬유종증은 인지 기능 저하나 학습 장애 등 다양한 어려움을 동반할 수 있는 질환”이라며 “몇 달 전에는 아이가 경계성 지능장애를 이유로 아동센터에서 부당한 대우를 겪은 적도 있었다. 부모 입장에서 정말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질환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이해가 높아져 신경섬유종증 환자와 가족들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이해받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 그가 바라는 목표다.

지역 간 의료 격차도 환자들이 마주하는 현실이다. 희귀질환 특성상 진료 경험이 많은 의료진이 제한적이고, 환자들은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임 회장은 “지역 처방이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지방 환자들은 서울까지 병원을 오가는데 하루를 꼬박 쓰게 되고, 아이들은 학교생활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특정 병원에 환자가 집중되면 진료 예약이 지연될 수밖에 없고, 그 기간 동안 환자와 보호자들은 증상이 악화될까 불안한 마음으로 기다리게 된다는 설명이다.

희귀질환에 대한 의료현장의 이해도도 높아져야 한다. 임 회장은 “코셀루고 치료 시에는 병용이 금지된 약물들이 있어 처음 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병용이 어려운 약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며 “하지만 신경섬유종증을 몰라 질환에 대해 물어보는 의료진들도 적지 않다”고 했다. 이어 “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 더 많은 의료진들이 신경섬유종증 치료에 대한 이해를 갖추는 선순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우회가 바라는 것은 거창하지 않았다. 희귀질환 환자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는 자리가 이어지는 것이다. 임 회장은 “희귀질환이라는 이름이 붙는 순간부터 환자와 보호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사실상 혼자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특히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혼자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들이 희귀질환을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샤인런처럼 희귀질환 환자들이 서로 연결되고 교류할 수 있는 자리가 꾸준히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아스트라제네카, 희귀질환 치료제 연구개발 지속

아스트라제네카는 환자 지원과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역할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골드버그 대표는 “아스트라제네카는 다양한 환자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환자들이 치료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적응증과 이상반응 관련 정보 제공은 물론, 치료 과정에서 필요한 실질적인 행정 절차들을 환자들이 보다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5월9일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샤인런 마라톤에 참가한 오하드 골드버그 한국아스트라제네카 대표가 후원금 전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대현 기자
5월9일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샤인런 마라톤에 참가한 오하드 골드버그 한국아스트라제네카 대표가 후원금 전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대현 기자
그러면서 “과학 발전과 올바른 진단 및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며 “환자들이 질환과 치료에 대해 보다 잘 이해하고, 적절한 진단을 받을 수 있도록 함께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치료 접근성 확대를 위해선 제약사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골드버그 대표는 “이러한 변화가 가능하기 위해선 정부와 보험 당국 등 여러 기관과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며 “혁신 치료제의 가치와 환자 접근성 확대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함께 형성돼야 지속적인 투자와 혁신도 가능해질 수 있다”고 피력했다.

그는 희귀질환 분야를 아스트라제네카의 핵심 성장 영역으로 꼽았다. 골드버그 대표는 “폭넓은 희귀질환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나갈 예정”이라며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 역시 매우 중요한 요소다. 더 많은 환자들이 치료 혜택을 경험할수록 한국에서의 투자도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 환자들이 혁신 치료제에 충분히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라며 “신경섬유종증을 비롯해 환자들이 더 나은 치료 혜택을 받는 환경이 조성되고 과학이 발전할수록 한국아스트라제네카도 함께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