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데이터, AI 시대 ‘금광’…데이터 주도권 골든타임 6개월도 안 남아”

“환자 데이터, AI 시대 ‘금광’…데이터 주도권 골든타임 6개월도 안 남아”

불붙은 AI 신약 개발…500만 명 암환자 데이터 보유
“AI 기업 상대 주도적 역할 기대”

기사승인 2026-06-17 13:55:03
황태현 미국 밴더빌트대학교 교수가 17일 국립암센터 25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신대현 기자
황태현 미국 밴더빌트대학교 교수가 17일 국립암센터 25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신대현 기자
한국이 보유한 암환자의 임상 데이터와 의료 인프라를 인공지능(AI) 학습에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신속히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글로벌 빅테크와 제약사가 AI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데이터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이 6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는 진단이다.

황태현 미국 밴더빌트대학교 교수는 17일 국립암센터 25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전 세계의 수많은 AI 모델이 공통적으로 필요로 하는 필수 요소가 바로 환자 데이터로, 이 데이터는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금광과 같은 자원”이라며 이 자원을 AI가 활용할 수 있도록 가공하는 것이 암 연구 및 치료제 개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짚었다.

특히 암 연구 분야에서 AI 활용은 기존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립암센터의 암 데이터 축적 성과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국립암센터는 전국 암 등록사업을 통해 약 500만 명의 암환자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진료 데이터를 비롯해 각종 데이터를 결합해 약 300만 명 규모의 암 임상 데이터 플랫폼 ‘K-CURE’를 구축했다. 현재는 약 8만 명의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유전체 정보를 연계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의 ‘캔서 문샷(Cancer Moonshot)’에 국립암센터와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것도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됐다. 캔서 문샷은 글로벌 암 정복 프로젝트로, 암 연구·치료 혁신을 가속하기 위해 지난 2016년부터 추진되고 있다. 공동연구가 성사된 배경으로는 국립암센터의 연구 인프라와 국내 암 전문 의료진의 임상 역량, 병원 네트워크가 꼽혔다.

황 교수는 “한국이 갖고 있는 병원 네트워크와 인프라, 환자 데이터는 미국에서도 갖기 어려운 자산”이라며 AI 시대에서 알고리즘 자체보다 AI가 학습할 수 있는 양질의 환자 데이터가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는 환자 데이터뿐 아니라 뛰어난 임상의와 연구자들이 있다. 데이터를 가진 우리가 오히려 AI 기업을 상대로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유”라며 “이 자원을 AI가 활용할 수 있도록 가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환자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환자의 임상 정보와 조직·세포 정보를 표준화하고, AI가 학습할 수 있는 정교한 데이터로 전환해야 비로소 실질적인 자산이 된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단순히 환자 데이터가 있다고 해서 자산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환자의 데이터를 3차원 암 지도로 만들고, AI를 학습시킬 수 있는 데이터로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짚었다.

한국이 암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신약 개발 분야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다는 경고도 내놨다. 글로벌 AI 기업들이 임상데이터 확보와 신약 개발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면서 빠르게 격차를 벌리고 있기 때문이다.

황 교수는 “한국이 얼마나 많은 골든타임을 갖고 있는지 생각해 보면 6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고 본다”며 “아무리 뛰어난 AI 모델이 있더라도 데이터가 없으면 완성될 수 없기 때문에 뭔가를 창출해내야 되는 시점은 바로 지금이다”라고 평가했다.

라선영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국립암센터가 국내 암 연구와 정책, 환자 지원을 아우르는 통합 기관으로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라 교수는 “국립암센터가 단순한 암센터를 넘어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역할까지 함께 할 수 있는 기관이 됐으면 한다”며 “지난 25년간 쌓아온 성과와 역할이 충분히 인정받아 지원이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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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