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 공공병원부터 ‘병원 단위 간호간병’…고위험 산모 등록제 권고

비수도권 공공병원부터 ‘병원 단위 간호간병’…고위험 산모 등록제 권고

병원→가정 연결 간호·간병체계 구축
고위험 산모 전담센터 지정…응급 예비병상 상시 운영 권고
난임 치료 ‘단일배아 이식’ 진료 표준 개발

기사승인 2026-06-25 15:27:03
경기 지역의 한 요양병원. 쿠키뉴스 자료사진
경기 지역의 한 요양병원. 쿠키뉴스 자료사진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기존 병동 중심에서 병원 단위로 확대하고, 비수도권 국공립병원부터 시행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모든 임산부의 위험도를 사전에 평가해 산전 진찰기관과 분만병원, 모자의료센터가 연계해 관리하는 ‘산모 등록제’ 도입도 추진 과제로 권고됐다.

보건복지부는 25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정기현 위원장 주재로 제7차 의료혁신위원회를 열고 ‘간호·간병 개선을 위한 대정부 권고안’과 ‘고위험 산모·신생아 진료 개선을 위한 대정부 권고안’을 논의했다. 의료혁신위는 국민 참여를 바탕으로 의료 분야의 제도 개선과 혁신을 추진하기 위해 국무총리 소속으로 설치된 기구다.

병원 단위 간호간병…비수도권 국공립병원부터 의무화

위원회는 초고령사회 진입과 독거노인 증가 등으로 간호·간병 수요가 커지고 있지만, 양질의 공적 서비스 공급은 충분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비수도권 독거노인 비율은 2020년 16.2%에서 2024년 23.7%로 높아졌다. 전체 입원환자의 약 60%가 사적 간병을 이용하고 있으며, 관련 비용은 연간 약 6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경증 환자를 중심으로 병원 내 일부 병동에서만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지역별 참여율은 인천 61.0%, 서울 33.8%인 반면 전남은 15.3%, 제주는 7.5%에 그쳤다.

사적 간병인을 고용할 때 드는 비용도 월평균 370만원으로, 2024년 기준 65세 이상 가구 중위소득인 224만원의 1.7배에 달했다. 요양병원마다 간병 서비스의 질 차이가 크고, 퇴원환자를 위한 간호·간병 서비스도 체계화되지 않아 퇴원 이후 안정적인 관리가 어렵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위원회는 병원에서 가정까지 이어지는 간호·간병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네 가지 혁신 전략을 제안했다. 우선 급성기 병원에서 운영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병원 단위 모델’을 신설하고, 비수도권 국공립병원부터 의무화할 것을 권고했다.

현재처럼 병동마다 일률적인 인력 기준을 적용하는 대신 병원 전체를 기준으로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고, 병동별 배치는 병원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환자의 중증도와 상태 변화에 따라 간호·간병 인력을 유연하게 배치해 환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병원이 간병 인력을 직접 관리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비수도권 병원과 종사자에 대한 유인책을 확대해 지역 간 공급 격차를 줄이는 방안도 제시했다. 병원별로 간병 업무와 단순 환경 정리 등 역할이 서로 다른 병동지원인력은 ‘간병인력’으로 명칭을 바꾸고, 담당 업무와 역할을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치료 역량 높은 요양병원부터 ‘간병 급여화’

요양병원 간병에 대해선 환자 치료 역량을 기준으로 요양병원을 유형화하고, 중증환자 치료 역량이 높은 기관을 중심으로 간병 급여화를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다만 급여화 대상이 아닌 요양병원을 이용하는 환자가 소외되지 않도록 모든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간병인력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간병 서비스와 인력의 질을 평가·관리하고, 급여화 이후에도 환자 부담 수준을 지속해서 감독해 적정한 비용으로 양질의 간병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가정간호와 방문간호 등 분절적으로 운영되는 서비스는 ‘재택간호’로 통합하고, 지원 대상도 확대하도록 했다. 장기요양서비스를 비롯해 재택간호 이용자에게 필요한 돌봄서비스와 정보를 공유하고 연계하는 협력체계 구축도 과제로 제시됐다.

간호·간병 혁신을 뒷받침할 기반도 강화한다. 체계적인 간호인력 수급 계획을 마련하고 지역 정착 여건을 개선하는 한편, 관련 교육·훈련 과정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하고 중앙정부의 담당 부서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정책을 실행하는 체계도 필요하다고 봤다.

모든 산모 위험도 사전 평가…분만병원 미리 지정

위원회는 고위험 산모·신생아 진료체계에 대해서도 사후 대응 중심에서 예방적·선제적 관리로 전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출생아 수는 2019년 30만3000명에서 2024년 23만8000명으로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고령 산모 비중은 33.4%에서 35.9%, 다태아 비중은 4.6%에서 5.6%로 높아졌다. 전체 분만 건수는 줄어든 반면 고위험 임신·출산의 진료 부담은 오히려 커진 셈이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쿠키뉴스 자료사진.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의료인력과 분만 의료기관이 감소하고, 지방 인구 감소로 의료기관의 안정적인 운영도 어려워지면서 고위험 산모를 병원에서 제때 수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위원회는 지역별 의료자원을 합리적으로 배치하는 ‘지역화 전략’을 토대로 지역 연계형 모자의료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핵심은 모든 산모가 거주지 인근 산전 진찰 병원에서 임신·출산 위험도를 평가받는 ‘산모 등록제’다. 산전 진찰 병원은 산모의 주치의 역할을 맡아 임신 기간 위험도를 주기적으로 재평가하고, 그 결과를 관련 시스템에 등록하는 방식이다.

산모가 출산할 병원도 미리 지정한다. 산전 진찰 병원과 분만병원이 진료 정보를 공유하고, 안전한 분만에 필요한 사항을 사전에 확인함으로써 산모가 여러 병원을 옮겨 다니며 산전 진찰을 받아야 하는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구상이다.

고위험 산모에게는 분만과 응급상황 발생 시 치료를 전담할 모자의료센터를 지정해 별도로 관리한다. 현재 모자의료센터는 중증모자의료센터 2곳, 권역모자의료센터 20곳, 지역모자의료센터 33곳으로 구성돼 있다. 모자의료센터에는 응급환자 수용을 위한 예비병상을 상시 운영하고, 분만병원은 24시간 전화 상담을 제공하도록 했다.

조산 등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산모가 분만병원이나 산전 진찰 병원으로 연락하고, 해당 병원이 국립중앙의료원에 설치된 전원전담팀과 소통해 신속한 이송과 전원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전원전담팀은 상황의사 1명과 상황요원 5명으로 구성되고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전문의가 업무를 지원한다.

취약지 산부인과 유치…진료 이동·숙박비 지원 검토

지역 주민이 거주지에서 양질의 산전 진찰을 받고, 중진료권 안에서 안전하게 분만할 수 있도록 관련 지원도 확대할 것을 제시했다. 의료취약지에 의원급 산부인과를 유치하고, 거점 분만병원을 지정해 산전 진찰과 분만 인프라를 확보한다. 거주지역을 벗어나 다른 지역에서 진료받아야 하는 산모에게는 이동비와 숙박비를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의료인력 확보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한정된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전문인력을 모자의료센터에 집중해 진료 역량을 높이도록 했다. 개원가 등으로 빠져나간 전문의를 다시 유입시키기 위해 수당을 지급하고, 교육·훈련을 제공하는 등 유인책을 마련하는 방안도 제안됐다. 전문의가 다른 의료기관에서 함께 근무할 수 있도록 허용하거나 병원 간 순환 당직을 활성화해 기존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올랐다.

중장기적으로는 지나치게 세분화된 전문의 양성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수련 과정 개편이 필요하다고 봤다. 진료지원간호사와 조산사 등 전문인력의 역량과 역할을 강화·다변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분만의 지나친 의료화를 지양하면서 임신·출산 과정에서 산모에게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는 동반자 역할도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고위험 산모·신생아 진료 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재정 지원 방식도 바꿀 것을 제안했다. 의료기관 단위의 포괄적 보상을 통해 국가가 모자의료 기반시설의 운영과 유지를 지원하되, 지원받은 기관에는 응급 대기병상 유지 등 공공적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의료서비스 제공에 대한 보상은 건강보험 수가 확대를 통해 지원하고, 기반시설 구축과 의료전달체계 개편에는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 등 국가재정을 투입하도록 했다. 지역별 서비스 격차와 불평등을 막기 위해 중앙정부가 의료기관과 사업을 평가·승인하고, 정책 추진 과정에서 다양한 주체가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 대화 창구를 마련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쿠키뉴스 자료사진.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난임 치료와 고위험 다태아 임신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권고도 나왔다. 임신 가능성을 높이면서 다태아 임신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난임 치료 시 ‘단일배아 이식’ 진료 표준을 개발하고, 시술 횟수를 중심으로 설계된 현행 건강보험 지원 기준을 조정하는 등 출산 정책 전반의 정합성을 검토하자는 것이다.

위원회는 이날 전문위원회 운영 경과 및 향후 계획도 함께 보고받았다. 권고안에 대한 국민 의견은 올해 말까지 운영되는 ‘의료혁신을 위한 국민소통광장’을 통해 제출할 수 있다.

정기현 의료혁신위원장은 “지난달에 이어 중요하고 시급한 분야에 대한 정책 권고안을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속도감 있게 필요한 분야의 정책 권고안을 지속적으로 제안하고, 기존에 제안된 권고안의 이행 현황을 면밀하게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