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보건복지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다음 달 4일 개최 예정이던 ‘모두의 토론회’를 취소했다. 당초 정부는 연세대학교 백양누리 그랜드볼룸에서 국민참여단 200명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열고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첫 번째 논의 주제로 다룰 계획이었다.
이번 토론회는 정책 수요자인 국민이 직접 정책 논의에 참여하는 공론장으로 기획됐다. 정부는 토론 결과를 바탕으로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에 대한 국민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었지만 행사 개최를 앞두고 일정을 철회했다.
토론회 취소 배경에는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을 둘러싼 비판 여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재명 정부 출범 1주년 정책간담회에서 하반기 중점 추진 과제 가운데 하나로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제시했다. 복지부는 취업을 앞둔 청년층이 탈모를 민감한 문제로 받아들이는 점 등을 고려해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건강보험 적용 방안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 추진 사실이 알려진 이후 의료계와 환자단체에서는 건강보험 재정의 우선순위를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지난 15일 성명을 내고 “정부가 추진하는 탈모 급여 확대는 건강보험의 근간인 의학적 필수성과 급여 우선순위를 정면으로 흔드는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도 이날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급여 추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정부가 우선 추진해야 할 과제는 탈모 치료제 급여화보다 생명과 직결된 중증질환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라며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데 우선 사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자단체연합회가 발표한 자체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전체 응답자 74명 가운데 86.8%가 건강보험 적용의 한계로 경제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누적 본인부담금이 1000만원을 넘는다는 응답은 40.8%, 3000만원 이상이라는 응답은 19.7%였다. 또 응답자의 3명 중 1명은 비용 부담 때문에 필요한 치료를 포기하거나 미룬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정치권에서도 신중론이 제기됐다. 국민의힘은 탈모 치료제 급여화보다 중증 원형탈모 환자와 희귀질환 환자, 필수의료 분야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역시 건강보험 재정은 중증·희귀질환 환자에게 우선 투입돼야 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는 토론회 취소 이후 일정이나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 추진 방향에 대해서는 별도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토론회가 전격 취소되면서 탈모 급여화 논의도 당분간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