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만 지역마다 신청자와 서비스 제공 수준의 편차가 큰 데다 의료취약지와 인구감소지역은 돌봄 자원 자체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시행 사실을 모르는 국민도 10명 중 4명에 달해 접근성과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는 과제가 남았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4일 지역사회 통합돌봄 시행 100일을 앞두고 그동안의 운영 실적과 현장 사례, 국민 인식조사 결과를 2일 공개했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의료·요양·돌봄이 필요한 주민이 살던 곳에서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방정부가 대상자의 복합적인 욕구를 조사하고 보건의료와 장기요양, 일상생활·주거 지원 등을 통합적으로 연계하는 제도다. 지난 3월27일 ‘돌봄통합지원법’ 시행과 함께 전국 229개 기초자치단체에서 본사업이 시작됐다.
4만6215명 신청…1인당 평균 3.3개 서비스
지난달 26일까지 통합돌봄을 신청·접수한 대상자는 총 4만6215명이다. 일주일 평균 3301명, 하루 평균 745명이 신청한 셈이다. 신청자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은 4만5619명으로 전체의 98.7%를 차지했다. 장애인은 고령 장애인을 포함해 1만6568명으로 집계됐다. 65세 미만 장애인 신청자는 596명이며, 이 가운데 조사를 받은 사람은 408명, 실제 서비스를 연계받은 사람은 270명이다.
전체 신청자 중 조사를 마친 대상자는 4만245명, 서비스를 연계받은 대상자는 3만7304명이었다. 서비스 연계 건수는 총 12만3595건으로, 이용자 한 명당 평균 3.3개의 서비스를 제공받았다.
제공된 서비스를 분야별로 보면 가사지원과 이동지원 등 일상생활돌봄이 5만3251건으로 전체의 43.1%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치매·정신건강 관리 등 건강관리·예방 서비스는 2만4352건(19.7%), 방문요양과 방문목욕 등 장기요양은 1만5770건(12.8%)이었다.
주거환경 개선 등 주거복지는 1만2446건(10.1%), 방문진료와 방문간호 등 보건의료는 1만1196건(9.1%), 안부 확인 등 기타 서비스는 6580건(5.3%)으로 집계됐다.
전체 서비스 가운데 국가사업 등을 통해 제공된 서비스가 62.6%를 차지했다. 지방정부가 지역 여건에 맞춰 자체적으로 개발한 지역특화 서비스는 4만6257건으로 37.4%였다. 정부는 올해 지역특화 서비스에 국비 620억원을 투입했다.
신청률 전남·광주 93.3명, 울산 21명…지역별 4배 이상 격차
통합돌봄 이용 실적은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65세 이상 노인인구 1만 명당 통합돌봄 신청자는 전국 평균 41명이었다. 전남·광주가 93.3명으로 가장 많았고 제주 65.9명, 대전 53.4명, 전북 52명, 부산 51.7명, 강원 51.5명 순이었다.
반면 울산은 노인인구 1만 명당 신청자가 21명으로 가장 적었다. 경기 25.2명, 인천 25.5명, 대구 33.4명, 충남 33.8명 등도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신청률이 가장 높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읍·면·동 담당자가 75세 이상 장기요양 재가급여 수급자 등 돌봄이 필요할 가능성이 큰 주민의 가정을 의무적으로 방문해 통합돌봄 신청을 돕고 있다.
복지부는 지방정부가 단순히 신청자와 서비스 건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주민이 실제 체감하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성과 기반 예산 지원체계를 도입할 계획이다. 올해 지방정부 성과평가 지표로는 전담조직·인력 확보와 사업 운영 실적뿐 아니라 이용자 만족도, 재가생활 유지기간, 요양병원 입원율 변화 등이 검토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관심과 노력도 평가에 반영한다.
암 수술 환자부터 장기입원 장애인까지 지원
제도 시행 이후 의료·요양·복지기관이 각각 제공하던 서비스를 한 사람의 상황에 맞춰 묶어 지원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경기 부천시에 거주하는 80대 남성 A씨는 두 차례 암 수술로 건강이 악화된 데다 유일한 돌봄 제공자인 딸마저 암 진단을 받으며 돌봄 공백에 놓였다.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생활지원사가 이를 발견해 통합돌봄으로 연계했다.
통합판정조사를 거쳐 식사·영양과 건강관리, 병원 이용, 주거 안전 등의 필요를 확인한 뒤 가사지원과 병원 동행, 식사지원, 방문건강관리, 복약지도, 안전바와 방충망 설치 등을 한꺼번에 제공했다. A씨는 의료 접근성과 주거 안전이 개선되면서 살던 집에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경북 의성군의 70대 여성 B씨는 심한 시각장애와 구강암, 고혈압을 앓던 중 배우자가 갑자기 사망했다. 장기요양등급에선 등급 외 판정을 받았고, 구강암 수술 이후 체중이 10㎏ 이상 줄어드는 등 건강도 악화됐다.
마을 이장과 부녀회장이 위기 상황을 발견해 통합돌봄을 신청했고, 방문진료와 방문간호, 틈새돌봄, 노인맞춤돌봄, 응급안전안심서비스, 주거환경 개선이 연계됐다. 복지부는 건강 악화와 낙상 위험을 낮추고 배우자 상실에 따른 우울감도 완화됐다고 설명했다.
경기 안산시의 30대 남성 C씨는 중증 뇌병변 장애인으로 요양병원에서 4년간 장기 입원한 뒤 퇴원했다. 이후 어머니가 간병을 전담했으나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신청 과정에서 주거와 의료, 일상생활을 아우르는 돌봄 필요가 확인됐다.
안산시는 임대주택과 장애인 건강주치의, 방문건강관리, 식사지원, 병원 동행, 이웃활동가의 틈새돌봄 등을 연계했다. 이를 통해 C씨가 장기입원 이후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할 기반을 마련하고 가족의 간병 부담도 줄였다.
전남 영암군의 80대 독거노인은 낙상으로 골절 수술을 받은 뒤 자녀가 사는 경기지역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지만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했다. 영암군은 퇴원 직후 혼자 생활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약 한 달간 중간집인 ‘영암올케어주택’에서 생활하도록 했다. 이 기간 퇴원환자 단기집중서비스와 방문 복약지도·운동지도 등을 제공하고, 자택에는 안전바와 난간을 설치했다. 이후 자택으로 돌아간 뒤에도 안부 확인과 생활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가족 돌봄 경험자 90.5% “부담”…경제적 어려움 가장 커
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제도 시행 초기 국민 인식과 정책 수요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15일부터 19일까지 전국 만 18~79세 성인 2000명과 만 40~79세 중장년층 5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도 실시했다.
조사 결과, 중장년층 응답자의 25.2%는 가족 중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24.6%는 본인이 직접 돌보고 있었고, 31%는 다른 가족이 돌봄을 맡고 있었다. 공공 돌봄서비스 이용자는 13.5%, 민간서비스 이용자는 7.1%, 시설 이용자는 16.7%였다. 마땅한 대안이나 정부 지원제도를 찾지 못했다는 응답도 7.1%였다.

통합돌봄 제도 자체를 들어봤거나 알고 있다는 일반 국민은 78.3%였지만, 제도가 실제 시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비율은 57.1%에 그쳤다. 42.9%는 제도 시행 사실을 전혀 몰랐다. 중장년층의 제도 인지도는 82%, 시행 인지도는 62%였다.
제도가 정착할 경우 가족 돌봄 부담 완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응답은 94.7%에 달했다. 본인에게 돌봄이 필요해질 경우 통합돌봄을 이용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도 93.8%였다.
방문재활·재택 임종 수요 높아…온라인 신청 도입
국민들은 통합돌봄의 네 가지 주요 분야 가운데 일상생활 돌봄이 가장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일반 국민의 42.8%가 일상생활 돌봄을 꼽았고 보건의료 21.5%, 장기요양 18.1%, 건강관리 17.7%가 뒤를 이었다. 세부 서비스 중에선 방문건강관리와 노인맞춤돌봄, 방문요양, 방문진료 등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현재 제공되는 서비스 외에 추가로 필요한 서비스로는 방문재활이 39.1%로 가장 많이 꼽혔다. 이동·병원 동행 서비스는 31.7%, 임종케어 등 생애 말기 재택의료는 28.1%, 가족돌봄청년 맞춤형 지원은 24.9%, 방문영양은 24%였다.
중장년층에선 방문재활 수요가 46.2%로 일반 국민보다 높았고, 방문영양도 26.8%로 조사됐다. 임종케어는 28%, 이동·병원 동행은 29.6%였다.
정부는 방문재활과 방문영양, 간호통합센터, 재가 임종 등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현재 방문 중심인 통합돌봄 신청 방식도 개선한다. 올해 구축하는 2단계 통합돌봄 지원 전산시스템에 온라인 신청 기능을 추가한다.
지역별 서비스 격차를 줄이기 위해 기초자치단체별 돌봄 수요와 공급 현황을 조사하고, 결과를 제1차 지역사회 통합돌봄 기본계획과 지방정부 지역계획에 반영한다. 의료취약지와 초고령지역 등 기반이 부족한 지역에는 내년에도 지역특화 서비스 예산을 차등 지원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현장에서 예산 조기 소진과 담당 인력의 업무 부담, 의료·요양·돌봄 자원이 부족한 지역의 서비스 제공 한계 등이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며 재정당국과 협의해 적정 예산과 효율적인 운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지역사회 통합돌봄 시행 100일은 제도의 성과를 평가하는 시점이라기보다 정책이 현장에서 실제 변화로 이어지는지 확인하는 출발점”이라며 “지역의 우수사례는 전국으로 확산하고 현장에서 확인된 개선 과제는 관계부처, 지방정부, 전문가들과 함께 지속해서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