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상 진료와 외과계 중환자 진료, 병동 진료를 하나로 연결하는 ‘쇼크앤트라우마팀(Shock & Trauma Team)’을 운영하고 있다. 외과 전문의 6명이 중증외상 환자의 초기 평가부터 수술, 중환자 치료, 병동 관리까지 이어서 담당하는 방식이다. 현재 장지영 외과 교수가 팀장을 맡아 박관훈·이성호·이강윤 교수와 신민철·조일 전임의, 윤한길 전담간호사가 한 팀으로 이뤄져 있다.
장지영 교수는 지난 2일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팀의 가장 큰 특징은 외상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한 순간부터 중환자실과 일반병동을 거쳐 퇴원할 때까지 한 팀이 환자의 상태를 공유하는 점”이라며 “주치의 이름은 바뀔 수 있지만, 진료의 흐름은 끊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외상·중환자·응급수술 묶은 ‘ACS 시스템’
쇼크앤트라우마팀의 근간은 급성기외과학(Acute Care Surgery, ACS) 시스템이다. ACS는 기존 당직제(Traditional On-call System, TROS)와 다르게 응급실 의료진이 환자가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병원에 상주하고 있는 외상외과 전담 전문의가 진료에 참여해 집도와 수술 후 경과 관리까지 직접 진행한다.
ACS 시스템은 처음 미국에서 시작됐다.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 외상외과 의사들이 외상환자만 진료하다 보니 수익성이 낮고, 손상 예방 활동이 확대되면서 외상환자 수 자체가 줄어들었다. 이후 의사들은 외상 진료에 더해 외과계 중환자실 진료와 응급 복부 수술까지 함께 맡기 시작했고, 이 세 가지 영역을 묶어 ACS라는 분야가 만들어졌다.
ACS는 전공의 중심의 기존 외과 당직체계와도 차이가 있다. 외과 전공의가 당직을 서면서 병동과 중환자실 환자를 보고, 필요할 때 수술에도 들어가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국내에선 2010년을 전후해 ACS 개념이 도입됐다. 다만 모든 병원이 ACS 체계를 갖춘 것은 아니다. ACS가 원활하게 돌아가려면 무엇보다 인력 구성이 중요하다.
외과 전문의 6명으로 구성된 일산병원 쇼크앤트라우마팀은 중환자실 입실 후 회복까지 하나의 팀이 전 과정을 책임지는 24시간 원스톱 진료체계를 구축했다. 즉각적인 수술이 필요하면 팀이 직접 나서고, 외과계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 가운데 인공호흡기 치료 등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한 경우에도 팀이 주치의 역할을 맡는다.
쇼크앤트라우마팀은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 역할까지 함께 수행한다. 환자는 중증외상 환자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일반외과에서 암 수술 등 계획수술을 받은 뒤 상태가 나빠질 가능성이 있는 환자도 팀이 지원한다. 최근에는 일반외과뿐 아니라 정형외과, 산부인과, 비뇨의학과 등에서 수술받은 환자를 중환자실에서 지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예컨대 제왕절개를 받은 산모가 심한 산후출혈로 치료받은 뒤에도 출혈이 지속되고 혈압이 떨어지면 팀이 치료를 담당한다.
장 교수는 “외과 병동에는 수술 후 별다른 문제 없이 회복해 퇴원하는 환자가 대부분이지만, 일부는 상태가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병동과 중환자실을 별개의 공간으로 보지 않고 하나의 진료 흐름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환자 정보 공유하는 ‘배후진료체계’ 구축
중증외상 환자가 일산병원으로 이송되면 쇼크앤트라우마팀은 환자가 도착하기 전부터 움직인다. 단체 소통망을 통해 환자의 사고 경위와 상태, 예상 도착시간 등이 먼저 공유된다.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하면 즉시 상태를 확인하고, 초기 평가와 치료 방침을 결정한다.
장 교수는 “2020년부터 국비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중증외상팀을 운영하며 경기 북부 지역 외상환자 진료를 맡고 있다”며 “환자가 도착하면 전담 의사가 직접 내려가 초기 평가를 하고, 어떤 치료와 수술이 필요한지 결정한다”고 말했다.

일산병원은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중심으로 고양·파주 등 경기 북부 지역 응급의료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응급·심뇌혈관·외상 등 중증 필수의료 분야의 지역 내 완결성을 토대로 중환자실 입원과 수술로 즉각 연결되는 배후진료체계를 구축했다.
장 교수는 “당직을 6명이 함께 돌아가며 서기 때문에 누구든 야간이나 휴일에 환자를 볼 수 있다”며 “특정 전문의만 환자 정보를 알고 있어선 안 된다. 팀원 전체가 주요 환자의 상태를 알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대 사망률보다 실제 사망률 낮아
이 같은 진료체계는 실제 환자 치료 성과 개선으로 이어졌다. 일산병원이 미국외과학회가 운영하는 국제 외상 질 관리 프로그램(TQIP)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안정적인 외상 치료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TQIP은 외상센터의 사망률과 합병증 등을 환자 중증도를 반영해 비교·분석하는 국제 표준 프로그램이다. 의료기관의 외상 진료 수준을 평가하고 개선 방향을 도출하는 데 활용된다.
이번 분석에는 미국외과학회 기준 레벨3(Level Ⅲ) 의료기관 242개소와 총 12만9334건의 외상환자 자료가 포함됐다. 일산병원은 지난 2024년 10월부터 2025년 9월까지 치료한 외상환자 514명을 등록해 비교 분석에 참여했다.
분석 결과, 일산병원의 실제 사망률은 2.9%로 환자 중증도를 고려해 예측된 기대 사망률(3.6%)보다 낮게 나타났다. 사망률과 주요 합병증 관련 지표도 국제 비교 기준에서 전반적으로 양호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사망과 주요 합병증을 함께 평가하는 지표에선 참여기관 비교 결과 우수한 수준의 성과를 보였다. 전년도와 비교해 사망률과 주요 합병증 관련 지표도 전반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대상 환자 중 고령 환자는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손상 원인으로는 낙상이 약 7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 환자와 낙상성 손상 환자는 일반적으로 회복 과정이 길고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아 보다 세심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환자군으로 꼽힌다.

2016~2024년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 677명을 분석한 자료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가 확인됐다. 쇼크앤트라우마팀 출범 전 19.6%였던 사망 위험은 팀 출범 후 13.6%로 낮아졌다. 환자 상태와 여러 변수를 보정한 분석에선 사망 위험이 약 4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장 교수는 “사망률뿐 아니라 외상과 관련된 여러 치료 결과가 지속해서 좋아지고 있어 팀이 좋은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우리 병원은 중증외상 환자 비율이 상당히 높은데도 기대 사망률보다 실제 사망률이 낮은 것은 중증도를 고려하고도 치료 결과가 좋고, 진료의 질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다”라고 평가했다.
“10년 이상 지속할 수 있는 팀 만드는 것 목표”
외상 진료 성과를 사망률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환자가 생존하더라도 합병증이 발생하거나 장기간 중환자실에 머문다면 치료 부담과 후유증이 커질 수 있다. 일산병원은 사망을 포함한 합병증과 사망을 제외한 합병증, 환자 재원 기간 등을 별도 레지스트리로 관리하고 있다.
장 교수는 “일산병원의 환자 관리 수준이 미국의 주요 병원에 못지않고, 일부 지표에선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보였다”면서 “병원의 규모와 진료 전문성이 일반적인 레벨3 외상센터보다 높기 때문에 더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도 수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쇼크앤트라우마팀의 향후 목표는 명확하다. 단기적인 성과를 내는 팀이 아니라 앞으로 10년 이상 유지되는 팀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치료 결과를 지속해서 분석하고 자료화하고 있다. 보험자병원이라는 특성을 활용해 건강보험 자료와 병원 자료를 연계한 연구도 추진하고 있다.
장 교수는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의료진이 들어와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앞으로 10년 이상 유지되는 팀이 되려면 신규 인력이 계속 유입돼야 한다. 우리 팀의 치료 성과를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제도와 수가체계에 반영될 수 있도록 계속 알릴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