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폭력” “명백한 괴롭힘”…간호사 ‘태움’ 문제 칼 빼들었다

“끔찍한 폭력” “명백한 괴롭힘”…간호사 ‘태움’ 문제 칼 빼들었다

복지부,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 이행 상황 점검
노동부, 문제 병원 기획감독 착수
간협, ‘간호사 SOS 지원창구’ 마련…“무거운 책임감”

기사승인 2026-07-06 11:38:58
서울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가 이동하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서울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가 이동하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경기 광주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했던 고(故) 강수빈씨가 선배 간호사들의 지속적인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숨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보건복지부, 경기도까지 나서 ‘태움’과 직장 내 괴롭힘을 뿌리 뽑겠다며 엄정한 대응을 예고했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경기 광주의 한 병원에서 근무했던 강씨는 선배 간호사들의 지속적인 태움을 겪은 뒤 퇴사했다. 태움은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우면서 괴롭힌다는 은어로, 선배 간호사가 저연차 간호사를 교육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괴롭힘 문화를 뜻한다.

강씨는 재직 당시 수간호사와 간호부 등에 여러 차례 피해를 호소했지만, 실질적인 분리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 일부를 인정했으나, 병원은 가해자로 지목된 간호사 1명에게 ‘훈계’ 처분을 내리는 데 그쳤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공분이 일었다. 대통령까지 나서 정부 차원의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생명을 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병원에서 깊은 상처를 입은 누군가가 생명을 포기하기로 선택했다”며 “태움은 교육이나 전통, 조직문화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끔찍한 폭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병원에 대한 노동 점검을 지시하고, 유사한 위험이 있는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불시 점검을 예고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도 곧바로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 대책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직장 내 괴롭힘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복지부는 간호사 태움과 성희롱 등 인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간호인력지원센터와 보건의료인력 인권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심리상담과 노무·법률 자문을 제공하고 인권보호 교육, 성폭력 예방 교육, 간호사 인식 개선 캠페인 등을 추진하고 있다.

정 장관은 지난 2일 엑스에 “간호사 태움 방지를 위한 조치의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미비점을 보완하겠다”며 “간호인력지원센터 내 직장 내 괴롭힘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고용노동부 노동지청과 연계해 근로감독과 조직문화 컨설팅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노동부는 해당 병원에 대한 기획감독에 착수한 상태다. 관할 지방관서인 경기지방노동청과 성남지청은 근로감독을 통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추가 피해가 없는지 면밀히 조사할 방침이다. 지역별로 괴롭힘 신고가 다수 접수되거나 익명 제보 등이 있는 중소 병·의원을 위주로 추가 근로감독도 실시할 계획이다. 노동부는 지난달 10일부터 중소 병·의원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대응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도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경기남부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 전담수사팀은 지나 3일 강씨의 어머니를 참고인으로 불러 약 3시간 동안 조사했다. 경찰은 고인의 지인 등도 참고인으로 불러 피해 사실을 조사한 뒤 유족 진술과 관련 기록을 토대로 병원 관계자 조사와 입건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경기도의료원 실태조사, 지방노동감독관 전담조직 구축 등 대응책 마련을 지시했다. 추 지사는 “공정은 힘 있는 사람의 방편이 아니라 약한 위치에 놓인 사람들이 부당함을 말할 수 있고 보호받을 수가 있는 기준이어야 한다”면서 “태움은 교육이 아니다. 위계를 앞세워 사람을 침묵시키고 모욕과 배제를 반복하는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이다”라고 비판했다. 도는 경기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의 직장 내 괴롭힘 실태를 전면 점검할 방침이다.

대한간호협회(간협)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간협은 지난 2일 더 이상 간호 현장에서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과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간호사 SOS 지원창구’를 마련하고 △위기·고충 지원 △심리 상담 △노무 상담 △법률 상담도 지원한다. 간호사들이 업무 과정에서 겪는 심리적 어려움과 직장 내 갈등, 법률적 문제 등 다양한 위기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한다는 것이다.

간협은 입장문을 통해 “환자의 생명을 지키겠다는 사명감으로 의료 현장에 첫발을 내디딘 젊은 간호사가 보호받아야 할 일터에서 꿈을 펼치지 못한 현실 앞에 58만 회원 모두가 깊은 슬픔과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간호인력지원센터의 고충 상담 기능을 확대하고, 전문 상담 인력과 법률 지원체계 강화를 통해 심리·정서 지원 프로그램과 인권침해 예방 교육을 확대해 피해 간호사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