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진, ‘저비용 고효율’ mRNA 백신 기술 자립화 속도 [코드명 mRNA④]

아이진, ‘저비용 고효율’ mRNA 백신 기술 자립화 속도 [코드명 mRNA④]

기사승인 2025-06-12 06:00:05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 보건 시스템에 경종을 울렸다. 변이 바이러스와 신종 감염병의 위협이 계속되면서 일회성 대응이 아닌 지속 가능한 방역 역량 구축이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 이런 가운데 단기간에 대규모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mRNA 백신 플랫폼이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mRNA는 코로나19 백신을 200일 만에 상용화하며 그 가능성을 입증했다. 정부는 국산 백신 자립화를 목표로 ‘팬데믹 대비 mRNA 백신 개발 지원사업’을 본격화했다. 해당 사업의 추진 배경과 방향을 짚고, 기술 경쟁에 뛰어든 국내 기업들의 전략을 살핀다. [편집자주]

아이진 부설연구소 전경. 아이진 제공

아이진이 생산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면역 효과는 높인 자체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플랫폼을 앞세워 국가 백신 자립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차별화된 기술 전략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해외시장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아이진은 한국비엠아이, 알엔에이진, 마이크로유니, 메디치바이오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올해부터 질병관리청이 주관하는 ‘2025년도 팬데믹 대비 mRNA 백신 개발 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번 과제에서 아이진은 국내외 임상 2상까지 진행한 mRNA 백신 개발 경험과 축적된 노하우를 기반으로 CMC(Chemistry, Manufacturing and Control) 연구 및 독성·효능 평가를 맡는다. 주관기관인 한국비엠아이는 오송과 제주에 mRNA 백신 생산을 위한 GMP 시설을 보유하고 있어 임상시험 승인과 생산을 주도하기로 했다. 알엔에이진은 백신 항원 설계를, 마이크로유니는 자가증폭 RNA 기반 항원 플랫폼을 맡는다. 메디치바이오는 자체 지질나노입자(LNP) 기술을 활용한 전달체 연구를 담당한다.

아이진은 지난해 10월 이들 기관과 컨소시엄을 꾸리고 공동 개발 협약을 체결한 이후 협업을 전개하며 mRNA 백신 플랫폼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허 침해 우려 없이 순수 국내 기술만으로 구성한 플랫폼을 개발하고, 생산 원가를 크게 낮춘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번에 개발 중인 플랫폼의 핵심은 ‘캡’(cap)이 필요 없는 자가증폭 RNA(saRNA) 기술이다. 기존 mRNA 백신은 유전 정보를 세포가 제대로 인식해 단백질을 생성할 수 있도록 캡 구조를 붙이는 공정이 필요하지만, 이는 생산 비용이 높고 제조가 까다로운 단점이 있다.

컨소시엄의 기술은 캡이 없어도 mRNA가 체내에서 스스로 증폭하며 항원 단백질을 생산해 강력한 면역 반응을 유도한다. 이로 인해 소량 투여로 높은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제조 비용 또한 대폭 절감할 수 있다. 항원에는 면역 반응을 키우는 부스팅 기능과 항원 제시 기능을 탑재해 보다 빠르고 강한 면역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전달 기술도 진일보했다. 일반적인 mRNA 백신의 LNP와 달리 이번 플랫폼의 전달체는 투여 부위에 국한해 작용함으로써 전신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 이 LNP 기술은 국내 기술로 개발해 기존 글로벌 특허 장벽을 피할 수 있으며, 높은 안정성과 전달 효율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해당 플랫폼은 코로나19 mRNA 백신 후보물질을 중심으로 비임상 시험이 진행 중이다. 초기 데이터에서 우수한 면역 반응과 안전성을 확인했으며 향후 주요 지표를 확보해 임상 단계로 진입할 예정이다. 아이진 관계자는 “순수 국산 기술 기반의 차세대 LNP를 통해 전신 부작용을 줄이고 전달 효율과 안전성까지 확보했다”며 “자가증폭 mRNA 기술과 결합해 적은 양으로 강한 면역 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만큼 생산성과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크다”고 설명했다.

앞서 아이진은 mRNA 기술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보고, 2020년 미국 바이오업체 트라이링크로부터 핵심 mRNA 기술을 도입했다. 팬데믹 초기부터 mRNA 백신 개발에 뛰어든 셈이다. 국내 기업 중에선 가장 이른 시기에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플랫폼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후 자체 개발한 ‘양이온성 리포좀’ 기반 전달체 기술을 접목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췄다. 국내 최초로 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 임상에 진입한 기업이기도 하다. 다만 당시에는 임상 참여자 모집이 어렵고 시장성 한계로 인해 임상을 철회해야 했다.

아이진 관계자는 “팬데믹 당시 짧은 기간 안에 연구가 이뤄지다 보니 기술 축적이 충분하지 않았고 팬데믹 종료 후에는 사업 불확실성에 따라 기업 부담이 컸다”며 “이번 과제를 통해 비임상 연구비를 확보하면서 플랫폼 기술의 바탕을 다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아이진은 이번 지원사업을 통해 백신 기술 자립화를 성공시키고 차별화된 경쟁력을 기반으로 해외시장 진출에 나설 방침이다. 아이진 관계자는 “단일 백신 개발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감염병 대응 백신과 치료제로 기술 범위를 넓혀갈 방침”이라며 “국내 바이오 산업의 자립화와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mRNA 플랫폼을 실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