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산업의 급팽창으로 폭발적인 전력 수요 증대가 글로벌 과제로 부상한 가운데,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원자력의 역할을 재조명하고 국제적 연대를 모색하는 대규모 장이 열렸다.
부산 벡스코(BEXCO)에서 22일부터 오는 24일까지 사흘간 한국원자력산업협회 주관으로 ‘2026 한국원자력연차대회(KAP)’가 진행된다. 이는 14년 만에 한국에서 개최되는 ‘제25차 태평양연안국 원자력컨퍼런스(PBNC)’와 연계해 역대 최대 규모의 국제 원자력 행사로 꾸려졌다.
이번 대회의 공식 주제는 ‘AI 시대를 여는 원자력(Nuclear Power Opening the AI Era)’이다. AI가 일상과 산업 전반에 스며들며 국가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함에 따라,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안정적이고 청정하게 뒷받침할 현실적인 대안으로서 원자력의 가치를 강조한 것이다.
22일 개막식에서 김회천 한국원자력산업협회 회장(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과 원자력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인공지능(AI) 시대의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현실적인 에너지원은 원자력”이라며 “원자력은 온실가스 배출 없이 에너지 안보를 확보할 수 있는 엄청난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2050년까지 원전 설비를 4배 이상 확대하고 중국이 100기 이상의 원전 건설을 추진하는 등 세계 각국이 원전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축사에 나선 김성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실장은 데이터센터와 AI 도입으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을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했다. 김 실장은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AI 시대 전력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정부는 지난 3월 제정된 ‘SMR(소형모듈원자로) 특별법’을 계기로 차세대 원자로 개발과 상용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차원의 원전 생태계 복원 성과와 향후 지원 계획도 공유됐다. 안세진 기후에너지환경부 원전산업정책관은 “지난해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와 체코 원전 수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다”며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대형 원전 건설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지역별 제작 인프라 구축을 통해 원전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한국 원자력 기술과 산업 발전에 기여한 유공자들에 대한 표창이 수여됐다. 특히 미래 원전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소형모듈원전 분야에서 성과를 낸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SMR 개발 연구소가 단체상을 수상했으며, 한국전력기술과 두산에너빌리티 등 주요 기업 실무진들이 국제협력 및 기술개발 공로를 인정받았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글로벌 전문가들도 한국 원전의 경쟁력에 주목했다. 토마시(Tomas) 체코 산업통상부 원전실장은 에너지 안보를 위한 신규 원전 건설의 필연성을 강조했으며, 메수트 우즈만(Mesut Uzman) 페르미 뉴클리어(Fermi Nuclear) 사장은 전 세계 16개 원전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기술력의 글로벌 시장 주도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이어진 ‘플레너리 세션’에서는 과거 한국 원전 수출의 초석을 닦은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여 의미를 더했다. UAE 바라카 원전 수출을 주도했던 이희용 제일파트너스 공동대표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체코 신규 원전 건설을 총괄하는 페트르 자보드스키(Petr Závodský) EDU II 사장이 발표자로 나서 한국과의 파트너십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자보드스키 사장은 “신규 원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에너지 안보의 핵심”이라며 “성공적인 원전 건설을 위해서는 현지화와 강력한 협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중국 측 전문가의 자국 원전 운영 현황 발표와 홀텍(Holtec) 등 글로벌 기업의 SMR-300 프로젝트 소개를 통해 차세대 원전 기술의 표준화와 공기 단축 방안이 심도 있게 다뤄졌다.
한편, 이번 행사 기간에는 ‘2026 부산국제원자력산업전(INEX)’이 350부스 규모로 동시 개최되어 원전 설계, 기자재, 소형모듈원전(SMR) 등 전 분야의 최첨단 기술이 전시된다. 또한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는 ‘에너지골든벨’과 해외 참가자들을 위한 산업시찰 등 원전의 안전성과 필요성을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한 부대 행사가 이어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