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간염 치료 ‘회색지대’ 없도록…“치료 급여기준 확대해야”

B형간염 치료 ‘회색지대’ 없도록…“치료 급여기준 확대해야”

만성 B형간염 환자 약 30~40% ‘회색지대’
“간수치 정상인 만성 B형간염 환자도 조기 치료”

기사승인 2026-06-16 18:04:45
임영석 대한간학회 이사장이 1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길리어드 사이언스 코리아 2026 간염 아카데미’에서 발표하고 있다. 신대현 기자
임영석 대한간학회 이사장이 1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길리어드 사이언스 코리아 2026 간염 아카데미’에서 발표하고 있다. 신대현 기자
국내 B형간염 백신 도입 이후 유병률이 감소했지만, 중장년층 환자군에서 여전히 질환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간수치가 정상인 만성 B형간염 환자도 조기에 치료해야 한다는 새 진료 권고안이 나와 주목된다.

임영석 대한간학회 이사장(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은 1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길리어드 사이언스 코리아 2026 간염 아카데미’에서 “간암은 현재 국내 암 사망원인 2위를 차지하는 암종으로, 약 60%가 만성 B형간염과 관련돼 있다”며 가이드라인 개정 배경을 설명했다.

B형간염은 B형간염 바이러스(HBV)에 의해 발생하는 간염이다. 염증, 진행성 간 손상, 만성 간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간경변과 간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높인다. 간암 발병의 원인은 알코올 간염, B형·C형간염 등으로 다양하나, B형간염은 간경변증 및 간암 발병 원인의 약 6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지난 2021년 기준 B형간염 바이러스가 있음을 의미하는 표면항원 양성률은 2.2%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50대(5%), 60대(4.4%), 40대(3.3%) 등의 유병률은 여전히 평균보다 높아 B형간염에 대한 지속적인 질환 관리 필요성이 높다.

가장 큰 문제는 현행 급여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치료 대상에서 제외되는 환자들이다. 이른바 ‘회색지대’ B형간염 환자군은 간수치(AST·ALT)가 정상 범위이거나 바이러스 역가(HBV DNA)가 현행 급여 기준(2000IU/㎖)에 미달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들 회색지대 환자들이 장기적으로 간경변증과 간암으로 진행되는 비율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한계로 인해 치료를 시작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간학회가 만성 B형간염 진료 가이드라인을 개정한 이유다.

임 이사장은 “우리나라 건강보험 기준에서 간암을 처음 진단받았을 때 이미 B형간염 치료제를 사용하고 있던 환자는 약 36%밖에 되지 않는다. 바꿔 말하면 환자의 64%는 간암이 발생할 때까지 B형간염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뜻”이라며 “또 다르게 말하면 이 환자들에게 더 일찍 B형간염 치료제를 사용했더라면 간암이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는 것으로, 이는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라고 짚었다.

최근 개최된 간학회 국제학술대회 ‘The Liver Week 2026’에서 발표된 개정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HBV DNA 역가를 기반으로 만성 B형간염의 자연경과를 새롭게 정립했다는 점이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 유럽간학회(EASL) 등 주요 글로벌 진료지침이 치료 대상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이행하고 있는 것과 맥락을 같이하는 변화다.

해당 개정은 기존 가이드라인상 치료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만성 B형간염 환자를 대상으로 ALT 수치 상승 여부와 상관없이 HBV DNA 역가를 기반으로 조기 항바이러스 치료의 임상적 유용성을 평가한 ‘ATTENTION’ 연구의 중간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기존 면역학적 자연경과 분류 체계를 보면 만성 B형간염 환자의 약 30~40%가 회색지대 또는 불확정기에 포함된다. 개정 가이드라인은 중등도바이러스혈증 환자와 일부 고바이러스혈증 환자에 대해 간수치와 관계없이 항바이러스 치료를 권고하고 있다.

연구 결과,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TAF) 치료군은 간암과 비대상성 간기능 악화, 간이식 또는 사망을 포함한 중대한 간 관련 사건 발생 위험을 경과 관찰군 대비 79% 유의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나(HR=0.21, P=0.027) 간세포암 예방을 위한 조기 항바이러스 치료 필요성을 뒷받침했다.

임 이사장은 “B형간염 환자의 간암 위험은 바이러스 증식 정도를 나타내는 HBV DNA 역가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 만성 B형간염 치료 및 건강보험 급여기준은 HBV DNA 역가와 함께 ALT 수치가 정상 상한치의 2배 이상 상승한 경우를 치료 대상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이번 연구로 향후 진료지침과 치료 환경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급여 기준을 확대해 저바이러스혈증 환자 전원에게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할 경우 오는 2035년까지 간암 발생 4만3000건과 사망 3만7000명을 예방할 수 있다”며 “이분들이 건강하게 생존해 생산 활동을 이어갔을 때 우리나라의 생산성이 얼마나 높아질 것인지는 불을 보듯 분명한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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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