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묶는다고 섬에 가겠나”…지역의사제 한계 지적한 젊은 의사들

“10년 묶는다고 섬에 가겠나”…지역의사제 한계 지적한 젊은 의사들

공보의 제도 한계…“36개월 복무, 24개월로 줄여야”
“정부 통제할수록 빠져나갈 구멍만 생겨”

기사승인 2026-06-12 17:05:14
한성존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오른쪽)이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플렌티컨벤션에서 열린 ‘2026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신대현 기자
한성존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오른쪽)이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플렌티컨벤션에서 열린 ‘2026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신대현 기자
지역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운영돼 온 공중보건의사 제도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의 ‘지역의사제’ 역시 단순 의무복무 방식으로는 섬·벽지 의료까지 책임지기 어렵다며 공공의료를 평생 커리어로 삼을 수 있는 별도 선발·육성 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재일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대공협) 회장은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플렌티컨벤션에서 열린 ‘2026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 “의료 접근성이 낮은 섬과 의사가 없는 곳까지 공중보건의사 제도로 커버하는 데 효율적이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지금 제도는 큰 위기에 있다”며 공보의 제도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짚었다. 박 회장은 현재 전남도청 소속 병원선에서 근무하는 공보의로, 77개 섬을 돌며 주민들의 건강을 챙기고 있다.

그는 공보의 제도 개선의 핵심으로 ‘복무기간 단축’을 꼽았다. 현재 36개월인 공보의 복무기간을 최소 24개월까지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이 이야기를 100번 넘게 하고 있지만, 변하지 않고 있다”며 “국방부의 비협조적 태도 때문에 지연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부분이다”라고 강조했다.

육군 현역병 복무기간은 18개월이고 처우도 점점 좋아지고 있는 반면 공보의 제도는 40년 가까이 변화가 없다는 지적이다. 박 회장은 “과거에는 현역과 비교해 공보의 제도를 더 선호하는 추세가 있었지만, 현재는 이미 현역병으로 다녀온 의과대학생들이 많고, 공보의를 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만족도도 상당히 높다”고 했다.

이어 “복무기간 단축을 시행하지 못하겠다면 18개월 현역병보다 선택 우위가 있을 정도의 개선책을 가져와야 한다”면서 “현실적으로는 그것이 더 어렵다고 보기 때문에 현역병과 같은 단계적 복무기간 단축 방안을 끊임없이 제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장기적으로는 공공의료를 전담하는 별도 의사 커리어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보의는 공무원 체계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해경, 119 응급구조사, 간호직 공무원처럼 섬에 갈 수 있는 것”이라며 “지방의료에서 보건소, 보건지소, 지방의료원, 섬 지역까지 커버하고 싶다면 공공의료를 직접 담당하는 공공 선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의무복무 방식만으로는 섬·벽지 의료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봤다. 박 회장은 “10년간 의무복무하면 빠져나올 수 있게 해주겠다는 방식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며 “공보의도 섬에 1년 근무하면 밖으로 나오게 된다. 섬에서 2년 이상 강제 복무를 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지역의사 선발전형으로 선발된 학생은 등록금과 교재비, 주거비 등을 지원받고 의사 면허 취득 후 10년간 의무복무지역에서 근무하게 된다.

박 회장은 “예를 들어 전남에서 10년간 의무복무 한다고 하면 지역의사들이 섬에서 근무하려고 하겠느냐. 어떻게든 도시와 가까운 곳에서 근무하려고 의료기관을 찾아갈 가능성이 크다”면서 “그걸 정부가 더 통제하려 할수록 결국 빠져나갈 구멍만 생길 것”이라고 했다.

한성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장도 젊은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강제 배치 중심 정책에 우려를 표했다. 한 회장은 “보건복지부와 의료계 선배들이 만들어 온 현 상황을 이제 젊은 의사들에게 해결하라고 던지고 있다”며 지역의료 위기의 배경으로 지역 소멸과 환자 유출을 지목했다.

한 회장은 “환자가 많은 곳에 의사들이 가고 싶어 하는 것, 특히 젊은 의사들이 많은 환자를 보며 역량을 기르고 싶어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라며 “환자가 적은 지역에 전공의와 공중보건의사를 배치하고, 젊은 의사들의 역량을 기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미래에 그 지역을 담당할 의사의 역량을 낮추고, 환자들의 지역의료 이탈을 더 가속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젊은 의사들을 지역의료로 이끌기 위해선 강제와 억압보다 유인과 설득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 회장은 “계약형 의사제 인원이 충분히 충원된다면 복무형 지역의사제는 불필요하다”며 “젊은 의사들과 현장 의료진이 충분히 참여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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