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푸틴 회담 앞두고 긴장…삼성·LG ‘러시아 복귀 시계’ 재가동하나

트럼프·푸틴 회담 앞두고 긴장…삼성·LG ‘러시아 복귀 시계’ 재가동하나

기사승인 2025-08-15 06:00:08

현재 가동을 멈춘 러시아 칼루가주 보르시노에 있는 삼성전자의 칼루가 TV 공장 전경. 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알래스카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내 전자업계가 러시아 시장 복귀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국내 전자업계가 러시아 시장 복귀를 위한 발걸음을 다시 재촉하는 모양새다.

업계는 이번 회담을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여부를 가를 중대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이번 회담 결과에 따라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 완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전자기업의 현지 사업 재개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구 1억4000만명 규모의 시장을 포기할 제조사는 없다”며 “정치·외교적 조건만 맞으면 공급망 복원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올해 3월 모스크바주 루자 가전공장의 일부 생산라인을 다시 가동했다. 2022년 8월 가동을 멈춘 지 약 2년 7개월 만이다. 공식적으로는 “설비 노후 방지와 재고 소진 차원의 시험 생산”이라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종전 시 본격 복귀를 위한 사전 포석으로 본다.

LG전자는 러시아 연방 특허청에 △LG 써마브이 △렛츠고 LG △스마일 온! LG 등 신규 상표 3건을 2023~2024년 사이에 신청해 올해 1월과 3월 승인받았다. 특히 ‘LG 써마브이’는 외부 공기에서 열에너지를 얻어 냉방·난방·온수를 공급하는 고효율 히트펌프 브랜드로, 난방 수요가 높은 러시아 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 모스크바주 루자에 있는 LG전자의 루자 공장 전경. LG전자


삼성전자도 러시아 시장 공략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러시아 일간지 코메르산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올해 초 광고 예산을 전년 대비 30% 확대했고, 1~7월 광고 게재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늘렸다. 

삼성전자는 2008년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에 TV·세탁기·냉장고 공장을 설립했지만, 2022년 3월 전쟁 발발과 함께 가동을 멈췄다. 현재는 칼루가 공장 재가동 등을 검토 중이나, LG전자와 마찬가지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단계다.

전쟁 이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러시아에서 압도적 위치를 점하고 있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 30% 점유율로 1위, TV 시장에서도 9년 연속 25% 점유율을 유지하며 선두를 지켰다. LG전자는 냉장고와 세탁기 시장에서 각각 25%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으며, TV 부문에서도 20%대 점유율로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철수 이후 중국·튀르키예 업체의 시장 잠식이 가속화됐다. 2022년 전쟁 발발 이후 군사 전용 가능 부품 수출 제한과 미국 주도의 반도체 제재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현지 생산을 중단했고, 메모리 반도체 등 일부 품목의 수출도 막혔다.

이 공백을 중국 샤오미·하이얼 등이 빠르게 채우면서 한국 기업의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 삼성전자 TV의 러시아 점유율은 2022년 25%에서 지난해 5%로 급락했고, 스마트폰 점유율도 현재 12%로 떨어져 중국 샤오미(23%)에 1위를 내줬다. LG전자 역시 가전 판매가 대부분 중단되면서 1위 자리를 중국 하이얼에 내줬다.

업계에서는 기업들이 인구 1억4000만명 규모의 러시아 시장을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시장조사업체 모도어 인텔리전스는 러시아 가전 시장이 올해 115억달러(약 15조70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평균 3.4% 성장해 2030년에는 135억9000만달러(약 18조6000억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미·러 회담이 전쟁 종전과 서방 제재 완화로 이어질 경우, 중국 브랜드의 잠식으로 과거처럼 빠른 재진입은 쉽지 않다”면서도 “다만 삼성·LG 등은 프리미엄 시장에서 여전히 경쟁력이 있는 만큼, 선제 복귀가 신시장 선점의 승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혜민 기자
hyem@kukinews.com
이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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