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15일 태평양 전쟁 A급 전범 14명을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상(장관)과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전보장상은 신사를 방문해 참배했다.
NHK 등 일본 매체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이날 ‘제2차 세계대전 종전기념일(패전일)’을 맞아 야스쿠니 신사에 ‘내각총리대신 이시바 시게루’ 명의로 공물을 봉납했다. 일본은 그동안 기시다 후미오,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등 총리가 신사에 봉납하는 관행을 보여왔다. 현직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2013년 12월 아베 신조 총리 이후 없었다.
야스쿠니 신사는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에서 벌어진 내전과 일제가 일으킨 수많은 전쟁에서 숨진 246만6000여 명을 추모하는 곳이다. 이 가운데 약 213만3000위는 태평양 전쟁과 관련됐다.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 따라 처형된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태평양 전쟁의 A급 전범 14명도 합사됐다. 이에 일본 총리나 정치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두고 한국이나 중국, 러시아의 반발이 있었다.
이시바 총리는 야스쿠니 봉납과 함께 도쿄도 치도리가후치 전몰자 묘원에 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치도리가후치 전몰자 묘원은 중일전쟁·태평양전쟁 중 해외에서 사망한 일본 군인과 군무원 가운데 신원이 확인되지 않거나 유족을 찾지 못한 전몰자의 유골을 안치한 곳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대체할 수 있는 추모 시설로 평가받는다.
이시바 시게루 내각 일원인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상(장관)은 같은 날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고이즈미 농림상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아들로, 자민당 소속 중의원 의원이다. 환경상 재임 시절인 지난 2020년과 2021년에도 종전일에 참배한 바 있다. 그는 일본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또 다른 차기 총리 후보인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전보장상도 이날 참배했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여자 아베’로 불리는 강경 보수 성향의 인물로, 패전일과 춘·추계 예대제마다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참배해 왔다. 이외에도 자민당의 보수 강경파인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과 하기우다 고이치 전 정조회장 등도 이날 참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