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정부가 지속가능경영(ESG) 보고서 공시를 강화하고 재생에너지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친환경 경영을 주문하고 있지만 보험업계의 준비는 아직 미진한 상황. 여전히 투자 부문 탄소배출량이 과도하고 집계 기준이 일정하지 않은 상황이다. 재생에너지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보험사도 적지 않다.
10일 환경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공약집을 통해 ESG 보고서 공시를 신속하게 의무화하고, 탄소감축 재생에너지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유도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ESG 지표 공시를 의무화하려 했으나 정확한 배출량 집계가 어렵다는 산업계의 반발로 도입을 미뤄 왔다.
현재 기업들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에 관한 환경부 고시에 따라 ESG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각 보험사에 공시된 ‘2024 ESG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23년 삼성생명‧교보생명‧한화생명‧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 등 6개 대형 보험사가 배출한 탄소는 6117만6200톤으로, 같은해 국내 총 배출량(6억2420만톤)의 약 9.8%에 달했다.
이 중 99%는 보험사가 투자한 분야에서 발생한 금융 배출량이다. 배출량은 보험사의 직접 배출(스코프1), 보험사가 사용한 에너지를 생산할 때 발생한 간접 배출(스코프2), 금융투자와 출장 등 기타 활동에 따른 배출(스코프3)로 구분된다. 스코프3 중에서도 보험사의 금융투자로 인한 배출량은 약 6096만톤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보험사가 자금을 어디에 투자하느냐가 탄소 배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금융투자 배출량은 삼성생명이 2781만톤으로 가장 많았고, 교보생명(1704만톤), 삼성화재(947만톤), DB손보(357만톤), 현대해상(307만톤) 등이었다. 운용 자금 규모가 큰 생명보험사가 손해보험사에 비해 대체로 더 배출량이 많았다.
그러나 한화생명은 2023년 금융투자 배출량을 아예 공개하지 않았다. 전년도 보고서에서는 배출량을 1177만톤으로 공시했으나 이번에는 빠졌다. 또 다른 대형 보험사인 K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는 금융그룹 전체 탄소배출량만 제시해 각 자회사별 배출량 규모를 파악할 수 없었다. 의무화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보험사가 특정 값을 누락하거나 공개 범위를 축소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간접적으로 보험사가 배출한 탄소(스코프1+스코프2)도 보험사마다 차이가 크다. 삼성생명의 배출량이 6만톤을 넘겨 가장 많았다. 한화생명이 3만2203톤, 교보생명이 3만764톤으로 뒤따랐다. 손해보험사는 DB손보가 2만6637톤, 현대해상이 2만3894톤, 삼성화재가 1만5130톤 순이었다.
하지만 이 수치 역시 비교가 어렵다. 보험사마다 자율 공시에 포함한 항목이 다르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직접배출량에 서초타워 사옥 외 36개 사업장, 임차사업장 약 280개의 사용량, 법인 차량 배출량까지 집계했으나, 삼성화재는 15개 사옥, 한화생명은 63빌딩 외 27개 사옥에서 발생한 배출량만을 합산했다. 현대해상은 정확한 합산 대상을 보고서에 밝히지 않았다.
보험업계는 2050년까지 넷제로(Net-Zero, 순배출량 0) 달성을 공통 목표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인 전환 노력은 미흡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넷제로를 달성하려면 내부배출량을 감축할 뿐 아니라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투자자산 포트폴리오에서 발생하는 금융배출량도 줄여야 한다.
지난 2023년 삼성생명은 재생에너지 전환 5%에 성공했으나 삼성화재는 재생에너지를 2.4% 사용하는 데 그쳤다. 한화생명의 재생에너지 사용량은 0.4%, 현대해상의 재생에너지 사용량은 0.002% 수준이다. 교보생명과 DB손해보험은 재생에너지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보험업계가 새로운 정부 기조에 맞춰 제도를 정비하고 적극 대응에 나서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에서는 “2050 넷제로를 목표로 계획을 세워 배출량을 감축하고 있다”는 원론적 반응만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