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엔 대상포진 백신이 국가예방접종사업(NIP)으로 진입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당초 윤석열 전 대통령은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대상포진 백신을 무료로 지원한다는 내용의 대선 공약을 내걸었지만, 지난해 무산됐다. 이번 대선에선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이를 다시 공약에 포함시키며 정부 지원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2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예방접종 국가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히며 65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해당 공약은 윤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이에 윤 정부는 지난해 65세 이상 대상포진 백신을 무료 접종하기 위해 예산을 배정했으나, 기획재정부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결국 공약 이행이 사실상 무산됐다.
대상포진 백신 지원이 확대된다면, 대상포진에 취약한 고령층의 부담이 크게 완화될 전망이다. 대상포진은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저하되면 발병하는 질환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대상포진 환자 수는 72만여명으로, 65세 이상의 대상포진 발병률은 젊은 층에 비해 8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극심한 통증, 신경통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22년 대한감염학회는 60세 이상 성인이 대상포진 백신을 맞으면 연간 1500억원 이상의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기도 했다. 미국에는 대상포진 백신 접종률을 7%에서 14%로 2배 높이면 대상포진 발생 건수가 50만건 감소한다는 연구도 있다.
대상포진 백신이 국가예방접종사업에 포함된다면, 업계 입장에선 대규모 공급을 통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현재 국내 대상포진 백신 제품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사백신(유전자재조합)인 ‘싱그릭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생백신인 ‘스카이조스터’ 등이 있다. 감염학회는 2023년 가이드라인을 통해 대상포진 백신 접종 시 사백신인 싱그릭스를 우선 권고하라는 내용을 명시했다. 사백신은 생백신 대비 예방 효과가 높고, 면역 저하 환자들에게도 접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여러 번 접종해야 하고, 비용이 높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사백신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차백신연구소, GC녹십자의 미국 관계사 큐레보, 유바이오로직스 등이 사백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문제는 재원이다. 대상포진 백신 중 싱그릭스의 접종 가격은 40만원 이상(2회 기준), 스카이조스터는 10만원 이상이다 보니, 1조원이 넘는 재원이 필요할 전망이다.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발표한 ‘국가예방접종 도입 우선순위 설정 및 중장기 계획 수립’ 연구에서도 대상포진 백신을 국가예방접종 항목에 도입할 근거가 충분하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재정적 부담 등을 이유로 지난해 예산안에서는 삭감됐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대상포진 백신의 국가예방접종 사업 도입에 대한 효과성이 입증됐고, 질병청도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화 가능성은 높다고 본다”면서 “지자체별로 지원 여부가 갈리면서 의료격차가 생기고 있어, NIP 진입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상포진 백신이 NIP에 진입할 경우, 업계 입장에서는 안정적이면서도 대규모의 백신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고령층 발병률이 높고, 대상포진 백신의 효과가 높기 만큼 좋은 공약은 누가 당선되든 이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했다.
